[경상시론]메타버스, 우리 아이의 아바타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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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메타버스, 우리 아이의 아바타는 안전한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07.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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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

메타버스 산업의 발달과 함께 아바타를 통한 가상현실에서의 활동 증가는 비대면 업무 수행, 사회적 관계 형성, 다양한 경제활동, 게임 및 쇼핑 등 편리하고 다채로운 일상생활을 제공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내 아바타를 통한 활동이 증가되고 확대될수록 그에 따른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주 이용층인 1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다양한 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비단 성범죄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지적재산권 침해 및 사기범죄, 신종폭력 등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범죄들이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청소년성폭력상담소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전화를 해 메타버스 내에서 다른 이용자가 자녀에게 음성채팅을 통해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그런 교육이 가능한지 물었다고 한다. 또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메타버스 내 게임에서 남자교복을 입은 캐릭터로부터 ‘왕게임’을 제안받았고, 게임에서 진 여중생에게 채팅창을 통해 실물 사진 등을 보내라고 강요하고 여중생에게 아바타에서 속옷을 제외한 전신을 탈의하도록 한 채 자신에게 유사성행위의 자세를 취하게 했다. 여중생은 상대 계정을 차단했지만 가해자는 부계정을 만들어 여학생을 따라다니며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지속했고 급기야 메타버스 공간의 여중생 집 담벼락에 욕을 써놓으며 거짓소문을 퍼트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피해사례들을 살펴보면 성범죄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대상은 주로 아동·청소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속에서 발전을 거듭한 메타버스는 그동안 밖에서 뛰어놀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터를 선사하게 되었고 요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해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게임을 한다. 심지어 게임 아이템을 만들어 돈을 벌기도 한다.

국내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전체이용자 중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이 약 80%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주 활동공간이 되어버린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가 더욱 더 위험한 것은 가상현실의 범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스토킹과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자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현실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얼마 전 메타버스 내에서 성인 남성이 초등여학생을 대상으로 게임캐릭터를 사주면서 접근해 가스라이팅을 한 것을 부모가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경우가 있다. 가해자인 그 남성의 국적은 캐나다이고 피해자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다. 이런 경우 과연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가? 처벌한다면 어떤 죄로 처벌해야 하는가? 법무부의 말을 빌자면 현재의 법으로는 메타버스 내에서 성적 목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행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유사성행위를 요구해도 현재 법률로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메타(전 페이스북)는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아바타 사이의 거리가 4피트(약 1.2m)로 유지되도록 하는 기능의 ‘퍼스털 바운더리(Personal Boundary)’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선에서는 아동 청소년이 메타버스에 들어갈 때 녹화 기능을 탑재한 일종의 아이템을 착용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메타버스 윤리원칙’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내 행위들에 대응하기 위한 현재의 법제도적 대응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메타버스 내의 성범죄는 조속한 법제도 마련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함은 물론이고 더불어 부모인 성인들이 먼저 메타버스에 참여하여 메타버스 세계가 무엇이고 왜 아이들이 메타버스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지키고 범죄도 예방할 수 있으며 아이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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