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첫 날이지만 운전자들은 횡단보도 앞에서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의해 운전자는 교차로 우회전 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에 멈춰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없더라도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
김모(36·남구 신정동)씨는 아이를 데려다주며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바쁜 출근 시간에 통행하는 보행자가 없는데도 횡단보도마다 서야하는 건 비효율적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구청 일원의 교차로는 차량들이 비교적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를 잘 지켰으나 이마저도 10대 중 6대에 불과했다.
태화신협 앞 교차로에서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우회전 차량 줄 사이로 차선을 변경해 끼어드는 차량까지 섞여 도로 정체와 혼잡이 가중됐다.
해당 차량이 직진 차선과 우회전 차선을 모두 걸치고 있어 뒤에오던 차량과 부딪혀 사고가 날 뻔한 상황도 연출됐다.
운전자 김모(56·남구 신정동)씨는 “우회전을 위해 기다리는 줄 사이로 끼어드는 얌체차량이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도로 상황상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 정지를 하기 어려운 곳도 있어 보완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남구 옥동 문수로 335번길은 전방에서 차량 신호를 받으면 횡단보도 신호가 오고, 횡단보도 신호가 끝나면 큰 도로의 신호가 바뀐다. 운전자가 건너거나 건너려는 보행자를 기다리다 보면 우회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모(30·남구 옥동)씨는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우선하는 건 좋지만 도로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 일시정지 후 보행자를 기다리기라도 하면 뒷차에서 경적을 마구 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즉시 단속에 나서면 미처 숙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이날 개정교통법 시행 첫날임에도 경찰의 합동계도나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앞으로 한달은 우선적으로 보행자 안전이 위험한 구간 등을 우선적으로 단속하되 계도를 병행하겠다”면서 “계도기간 중 홍보를 강화해 8월12일부터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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