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구밀도 높은 구영리 대로변에 웬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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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구밀도 높은 구영리 대로변에 웬 정원
  • 경상일보
  • 승인 2022.11.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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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이 구영리 대로변을 도시정원으로 만드는 사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한평의 여유 공간이 아쉬울 정도로 인구가 밀집돼 있는 구영리의 대로변에 화분과 벤치를 갖다 놓고는 ‘생활권 도시정원 조성사업’이라고 한다. 지역주민들은 공연히 인도만 좁아지고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만 버려질 게 뻔하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오래 전부터 수없이 많은 도심에 화분을 설치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시행 사례만 좇아가는 벤치마킹이야말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된다.

울주군이 추진 중인 올해 ‘생활권 도시정원 조성사업’은 이미 마무리 단계다. 구영공원과 구영공영주차장, 구영로 일원에 무려 13억원이나 들여 도시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지난 9월22일부터 시작해 이달 중순 끝난다. 구영로 인도변 700m 구간 곳곳에 화분을 설치하고 목수국과 옥잠화 등 초화류를 심었다. 화분 주변에는 휴식용 벤치도 설치했다.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으로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정원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것이 울주군의 설명이다.

콘크리트가 숲을 이룬 도심에 제대로 정원을 조성한다면 누구나 반길 일이다. 하지만 구영리는 정원을 제대로 만들 만한 충분한 여유 공간이 없는 복잡한 도시다. 오히려 짜투리 땅이든 도로변이든 여유 공간이 있다면 화분을 놓을 것이 아니라 아예 비워두는 것이 낫다. 당장에 결과를 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한해살이 알록달록한 꽃들로 치장을 하지만 비워두기 아까운 공간이라면 ‘생활권 도시정원’이 아니라 규모가 작더라도 ‘생활권 도시숲’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10년 20년 뒤 나무가 얼마나 자랄지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다면 정원을 꾸미는 정도의 예산으로도 도시숲을 만들 수 있다.

정원이든 숲이든 조성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리다. 화분으로 꾸민 정원은 관리비용도 많이 들고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구영리 상가 일대도 곳곳에 화분을 들여놓았지만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담배꽁초 쓰레기통으로 전락해 있다. 구영리는 아파트단지 뒤편으로 야산이 자리하고 있고 앞으로 태화강이 흐른다. 아파트 단지들도 제각각 정원을 두고 있다. 도로변에 화분까지 들여다 놓으면서 도시정원을 만들지 않아도 자연환경이 충분히 좋은 곳이다. 공연히 도심정원이랍시고 도로변이나 공원에 화분을 들여다 놓는 것은 도시를 더 복잡하고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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