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급망 위기 시대, 재난관리도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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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급망 위기 시대, 재난관리도 대비가 필요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11.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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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오늘날 우리 주변의 일상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우리 손에 도달하기까지는 글로벌 공급망을 빼놓고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이러한 거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기업의 경쟁우위 전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경쟁사보다 더 싼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제공할 수 있다면 기업 생존에 유리하므로, 과거보다 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선택이 역설적으로 잠재적인 위험을 키웠는데,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긴 문제는 자력으로 해결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그 원인을 찾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팬데믹, 무역분쟁, 전쟁, 재난 등의 영향으로 이례적인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이 나타남에 따라, 주요 자원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해 관련 산업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실례로 얼마 전 요소수 대란으로 디젤 차량 운행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는 소방차, 구급차와 같은 긴급차량이 멈출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였다.

공급망의 균열은 반도체, 배터리 등 신기술 관련 공급망뿐만 아니라, 염화칼슘, 생석회, 마스크와 같은 재난관리자원에 대한 공급망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폭설 발생 시 눈을 녹이는 제설제인 염화칼슘이 없다면 교통대란을 초래할 수도 있고, 가축전염병 발생 시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역물자인 생석회가 없다면 가축전염병의 전국적 확산을 막는데 상당한 지장이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 발생 시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마스크가 부족하다면 재난관리 위기를 또다시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재난관리자원의 공급이 불안정하다면 재난 대응에 큰 차질이 발생하므로, 결국 국민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난관리자원에 대한 공급망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관리자원 공급망 위험요인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재난관리자원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뽑을 수 있다. 염화칼슘은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살균소독제의 원료인 에탄올 또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자원은 대부분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범용물자이고, 국내 원가 경쟁력이 낮은 것이 수입에 의존하는 주 원인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극단적인 수급불균형이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만 재난관리자원의 수요가 폭증하고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수요가 없어 현재 시장 체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 외에도 신종재난, 글로벌 환경 변화, 국내외 정책의 변화(탄소중립, 그린플레이션) 등으로 생각하지 못한 공급망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공급망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난관리자원의 해외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주기적인 공급망 진단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재난관리자원 관련 산업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연구개발을 통한 대체수단을 마련한다면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누리집(www.ndmi.go.kr)에 있는 미래안전이슈 19호 ‘공급망 위기 시대, 재난관리자원을 살펴보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가오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 위험으로부터 재난관리자원의 원활한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 등 사회 전체의 선제적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는 재난관리자원 공급망에 대한 위험요인을 조기에 식별하여 대안을 미리 갖추고, 민간 기업들은 공급선의 다변화 전략을 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재난관리자원의 공급망 관련 정책에 관심과 지지가 요구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큰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으며 그 위험이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공급망 위기 시대에서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관리에 있어서는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종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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