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무늬만 조례’인 양산시 청년기본소득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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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무늬만 조례’인 양산시 청년기본소득조례
  • 김갑성 기자
  • 승인 2022.11.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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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헌법(제117조)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입법인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하며, 지방의회의 의결에 의해 제정된다. 조례는 지방의회의 조례입법절차에 의해 제정되는 법규범인데 비해 규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제정하는 법규범이다.

현재 양산시에는 이러한 자치입법권에 의해 탄생한 이상한 조례가 있다. 제정 이후 한번도 사용되지 않고 잠자는 ‘무늬만 조례’가 있어 시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문제의 조례는 양산시 청년기본소득조례다. 올해 초 제정된 이 조례는 제정 이후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무늬만 조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 중에서 처음 제정돼 주목받았지만, 내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아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양산시의회 박재우(더불어민주당, 양산 강서·상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시의회는 박 의원이 발의한 ‘양산시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수정안)’을 지난 3월 통과시켰다. 당시 이 조례는 지급 규정이 강제 조항에서 임의 조항으로 바뀌는 등 원안에서 후퇴하기는 했지만,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산시 청년기본소득조례는 3년 이상 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 중이거나 합산해 10년 이상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만 24세 청년이 지급 대상이다. 양산시의 만 24세 청년은 3880여명이다.

하지만 양산시는 내년 예산에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데다 만 24세로 한정한 이 조례가 청년 사이에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남시 등이 청년기본소득을 지급 중인 경기도에서는 도비를 70% 지원하는 데 비해 양산시는 전액 시비로 지급해야 하는 등 재정상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시행을 꺼리는 이유로 보인다. 차라리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게 낫다는 것이 양산시의 입장이다.

여기에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일부 시의원도 이 조례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행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 조례는 지난해 말 조례안 심의 때 국민의힘 의원 반대로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되기도 했다. 이들 의원들은 “만 24세면 양산에 주소를 두고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 준비 중인 사람이 많다. 이들 청년은 양산에 정착할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지역 산단에 취업 중인 청년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등 다른 대안을 강구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조례는 수정 또는 폐기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조례의 조기 시행을 요구하는 청년도 적지 않는 등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례가 만 24세 청년에 한정해 청년기본소득을 지급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개선이 요구된다. 아니면 시의회 여야 합의로 제정해 놓고 시행되지 않고 있는 ‘무늬만 조례’로 존치중인 이 조례를 폐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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