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양산시에는 이러한 자치입법권에 의해 탄생한 이상한 조례가 있다. 제정 이후 한번도 사용되지 않고 잠자는 ‘무늬만 조례’가 있어 시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문제의 조례는 양산시 청년기본소득조례다. 올해 초 제정된 이 조례는 제정 이후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무늬만 조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 중에서 처음 제정돼 주목받았지만, 내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아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양산시의회 박재우(더불어민주당, 양산 강서·상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시의회는 박 의원이 발의한 ‘양산시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수정안)’을 지난 3월 통과시켰다. 당시 이 조례는 지급 규정이 강제 조항에서 임의 조항으로 바뀌는 등 원안에서 후퇴하기는 했지만,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산시 청년기본소득조례는 3년 이상 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 중이거나 합산해 10년 이상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만 24세 청년이 지급 대상이다. 양산시의 만 24세 청년은 3880여명이다.
하지만 양산시는 내년 예산에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데다 만 24세로 한정한 이 조례가 청년 사이에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남시 등이 청년기본소득을 지급 중인 경기도에서는 도비를 70% 지원하는 데 비해 양산시는 전액 시비로 지급해야 하는 등 재정상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시행을 꺼리는 이유로 보인다. 차라리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게 낫다는 것이 양산시의 입장이다.
여기에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일부 시의원도 이 조례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행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 조례는 지난해 말 조례안 심의 때 국민의힘 의원 반대로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되기도 했다. 이들 의원들은 “만 24세면 양산에 주소를 두고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 준비 중인 사람이 많다. 이들 청년은 양산에 정착할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지역 산단에 취업 중인 청년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등 다른 대안을 강구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조례는 수정 또는 폐기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조례의 조기 시행을 요구하는 청년도 적지 않는 등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례가 만 24세 청년에 한정해 청년기본소득을 지급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개선이 요구된다. 아니면 시의회 여야 합의로 제정해 놓고 시행되지 않고 있는 ‘무늬만 조례’로 존치중인 이 조례를 폐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김갑성 편집국 양산·기장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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