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50)]챙겨야 할 것과 놓치지 말아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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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50)]챙겨야 할 것과 놓치지 말아야 할
  • 경상일보
  • 승인 2022.11.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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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애도(哀悼)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며, 추모(追慕)는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하는 것’이다. 애도와 추모는 모두 저절로 그렇게 되는 마음의 작용이다. 그런데 가끔 애도와 추모가 소극적 강요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국가애도기간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애도할 자유가 있다. 정부는 애도 기간을 설정할 수 있고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애도기간은 그 강제적 성격으로 인해 일부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지나친 감정 호소로 인해 정작 본질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국가애도기간이 두 번 있었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이태원 참사가 그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2014), 제2연평해전(2002) 때도 국가애도기간은 지정되지 않았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끝난 후에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는 사건 발생 12시간도 안 된 상황에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 사고가 미처 수습된 상황도 아니며, 모든 국민이 애도해야 할 당위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포된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정확한 진상규명과 대책 방안 마련보다는 감정 과잉으로만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애도기간에 각종 지역 행사, 문화예술 행사, 게임 업데이트, 학교 축제 및 수학여행 등이 취소 및 연기되었다. 심지어 국가애도기간 종료 이후에 열리는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길거리 응원마저 취소되었다. 그런데 공연이나 이벤트업계의 경우 작품을 올리거나 축제, 행사가 진행되어야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 행사 취소로 인한 피해 보상 방안도 거의 없었다.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행사 취소로 인해 무려 20억의 적자가 났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는 국민이면 누구나 애도할 만하다. 정부가 국민이 애도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애도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삶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대책 방안 마련이다. 고인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국민애도기간은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않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치지는 않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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