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붙어 있는 불법 현수막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다.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건축물의 경관심의나 간판 디자인개선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으면서도 그 보다 훨씬 더 도시미관의 해치는 현수막에는 관대하기가 이를 데 없다. 불법현수막신고제 등을 시행하는 등 강력단속을 하는듯하지만 근본적으로 부당한 이중적 기준에 따라 나누어진 불법과 합법 현수막이 뒤엉켜 있어 불법 현수막을 원천봉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업광고성 현수막은 돈을 내고 게시대에 설치하는 것만 합법인 반면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현수막은 아무데나 내걸어도 정당법에 의해 합법적 정당활동으로 간주된다.
이 같은 정치인 위주의 이중적 잣대만 해도 불공정한데 올해 초부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정치현수막 우선게시대’를 전국적으로 설치, 불공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남·북·동구와 울주군이 게시대를 설치했고 중구는 설치 중이라고 한다. ‘정치현수막 우선게시대’를 만든 취지는 다른 상업현수막과 마찬가지로 정치현수막도 가로수나 전봇대 등에 걸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치현수막 우선게시대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여전히 가로수나 전봇대를 이용한 정치현수막이 난무하고 있다. 돈 들이지 않고 아무데나 걸어도 되는데, 어느 정치인이 돈을 내고 우선게시대를 이용하겠는가. 정당법 개정 없이는 애초에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현실성 없는 정치인들에 대한 특혜일 뿐이다.
정치인들 누구나 도시미관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듯하지만 정작 자신과 관련된 간판이나 현수막은 예외로 친다. 도시미관을 위해 간판정비에 수많은 예산을 쏟아붓던 단체장이나 국회·시·구의원들도 정작 자신의 사무실 간판은 크기는 말할 것도 없고 사진에다 색상까지 도드라지게 해놓기 일쑤다. 정치인들에게 이미 습관이 된 ‘내로남불’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도시미관이나 품격을 고려한다면 정치인들에게 우선게시대라는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지정게시대를 포함해 길거리 현수막이 아예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교통량이 많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곳에 버젓이 자리한 게시대에 걸린 합법적인 상업광고 현수막만 해도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내용도 눈살을 지푸리게 하는 것들이 다수다. 간판 정비를 아무리 해봐야 저속한 현수막 몇개만 나붙으면 도시미관은 물론이고 품격마저 땅에 떨어지고 만다. 도시미관을 위해 쏟아붇는 예산과 행정력을 무색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품격 있는 외국의 이름난 도시에서는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나붙은 현수막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예술행사를 안내하는 세련된 디자인의 배너가 다리 위를 장식하는 정도가 전부인데, 이들 배너는 도시품격을 오히려 향상시킬 만한 내용이고 디자인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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