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시장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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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시장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2.11.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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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현주 정경부 차장대우

“할아버지에게 배운 거냐. 이런 투자의 정석.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선 돈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그 돈의 주인인 인간. 시장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거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대목이다. 마치 돈의 흐름을 쫓아 움직이는 현대인을 통찰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주식과 코인, 부동산시장으로 옮겨갔던 시중 자금이 금융기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예적금 금리가 크게 치솟았다. 시중은행마저 연 5%대 정기예금 시장에 가세하면서 예·적금 금리 경쟁이 본격화됐고, 금리를 0.1%p라도 더 주는 예·적금을 찾아 갈아타기 하는 ‘금리 노마드족(유목민)’까지 생겨났다.

이제 지역 제2금융시장에선 연 6%대 예금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선착순 한정 특판 예금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긴 줄을 이어가는 ‘오픈런’ 풍경도 펼쳐졌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너도나도 은행에 묵혀둔 돈을 꺼내 들고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했던 시기다. 여유 자금이 풍족하지 않았던 사회 초년생들은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뛰어들었다. 1~2%대 금리라면 충분히 빚을 감당해낼 수 있겠다 판단했고, 사정이 여의찮다면 집을 팔아서 갚으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대출 이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득은 그대론데 물가까지 껑충 뛰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영끌족’이야 말로 오락가락한 부동산 정책과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시대적 희생자다.

이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단 기준 7%까지 넘어선 상황에서 수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부동산 역시 수급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지금 고금리 현상이 공급 변수를 무력화시키며 가격과 거래량을 모두 낮추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자금시장 경색은 주택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부동산 경착륙’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누적된 금리 인상으로 투자 수요가 줄고, 부동산 개발 사업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각종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돈줄이 막힌 게 최근 자금시장 경색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착륙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한 자금시장 경색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실수를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필요할 때 내 집을 팔고 이사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양도세 부담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급격하게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전세 세입자에 대한 보호 대책도 촘촘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석현주 정경부 차장대우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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