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산업문화축제 명칭 재고해야
상태바
[경상시론]울산산업문화축제 명칭 재고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2.12.0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얼마 전 ‘울산산업문화축제’ 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자문위원회 구성 이전에는 울산 대표축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시민토론회가 개최됐다. 울산 대표축제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총론에도 불구하고 각론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 지역 5개 구군이 경쟁적으로 지역축제를 개최하는 바람에 ‘대표 축제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울산시 차원에서 지역축제를 되살리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다시 정체성, 문화역사, 산업도시 등 판박이 주장만 도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 추진 중인 울산산업문화축제는 1967년 공업도시 울산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울산공업축제’에서 기원한다. 당시 울산공업축제는 범시민 축제였다. 축제 성화는 공업탑에서 채화해 릴레이 방식으로 주 행사장인 남외동 울산공설운동장에 전달됐고, 울산 지역 중·고교생들은 매스게임, 카드섹션, 고적대 등에 대거 동원됐다. 퍼레이드는 울산 지역 공장들의 생산품을 홍보하는 장이 되었고, 각종 체육행사와 문화행사도 개최됐다. 마땅한 구경거리가 드물었던 시절. 울산공업축제는 울산 시민들에게는 풍성한 구경거리였고, 일탈의 장이었다.

이후 공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공업축제’라는 명칭이 공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일자 1989년부터 ‘시민대축제’로 명칭이 변경됐고, 1991년에는 ‘처용문화제’로 또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신라시대 ‘처용설화’의 발상지가 울산임을 착안해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축제 명칭을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처용문화제 명칭에 대해선 해마다 논란이 일었다. 즉 외설 시비와 종교적 관점에서 처용문화제 명칭에 대한 찬반이 대립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명칭을 변경하고 새롭게 축제를 변신하고자 울산시는 ‘울산산업문화축제 추진 및 운영 조례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시는 산업수도 울산 건설의 주역인 기업과 노동자를 격려하고, 시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울산 산업문화축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축제의 명칭과 성격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명칭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산업은 협의의 의미로 공업을 들 수 있으나 사전적으로는 농업, 공업, 수산업, 임업, 광업 따위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일, 넓게는 생산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상업, 금융업, 서비스업 따위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은 너무 광범위해서 초점을 흐릴 수 있으므로 울산의 주력산업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울산공업축제로 원상복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단지 과거 공업축제가 근대적 재래식 축제였다면 새롭게 시작되는 공업축제는 첨단장비가 동원되고 미래지향적인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울산산업문화축제’는 기존에 있던 축제였다. 1989년 울산의 기업인과 근로자를 위해 공단가요제를 주 행사로 해 근로자 문학 등 작품공모, 축구 및 테니스 경기 등으로 울산공단문화제를 개최했다. 2005년부터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기업과 종사자를 예우하고자 울산광역시 기업사랑 및 기업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명칭을 ‘울산산업문화축제’로 변경해 개최해 왔다. 지금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축제의 명칭인 ‘울산산업문화축제’와 동일한 명칭이므로 일반 시민들은 울산공단문화제의 연장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차라리 ‘울산공업축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향수도 자극하고 더 나을 듯하다.

그리고 축제의 성격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축제의 성격은 크게 전통문화축제, 문화예술축제, 지역특산물축제, 지역테마형축제 등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전통문화축제는 남원 춘향제, 강릉단오제와 같이 과거부터 행해지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의 축제이고, 둘째, 문화예술축제는 안동 탈춤페스티벌, 춘천 국제마임축제 등과 같이 순수 문화예술을 창달하고자 하는 축제이며, 셋째, 지역특산물축제는 금산 인삼축제, 양양 송이축제 등과 같이 지역특산물을 홍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의 축제이다. 넷째, 지역테마형축제는 보령머드축제, 김제지평선축제 등과 같이 지역의 고유 자연 및 문화를 테마로 관광객을 유인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축제이다.

그렇다면 지금 추진하고자 하는 ‘울산산업문화축제’의 성격은 무엇인가? 지역테마형축제 같으나 사실 내용을 보면 울산시민대축제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종합축제로는 전국적인 문화관광축제를 육성·발전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추진 중인 ‘울산산업문화축제’는 울산시 차원의 단순 울산시민화합형 축제로 추진하든지 아니면 구체적인 테마를 설정해 명칭과 성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