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51)]‘이래야 한다’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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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51)]‘이래야 한다’ 버리기
  • 경상일보
  • 승인 2022.12.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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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사람이 싫어하는 것 중에 ‘강요’가 있다. 강요는 글자 그대로 억지로 또는 강제로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요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강요를 싫어하면서도 강요를 당하거나 강요를 한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이래야 한다’ 이다. ‘이래야 한다’는 ‘너는 이래야 한다’ 또는 ‘나는 이래야 한다’라는 모습으로 사람들 곁에 존재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래야 한다’는 많거나 적을 때도 있었고,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집중된 적도 있었지만, 없었던 적은 없다.

‘이래야 한다’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꼭 필요한 말이다. 문제는 올바른 방향이 아닌데도 올바른 방향인 것처럼 사용할 때이다. 이 경우 말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이 옳으며, ‘이래야 한다’는 자기의 말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을 받는 사람은 강요로 인식하고 불편하게 여긴다. 말하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를 도덕이나 윤리, 정의로 생각하는 데 반해, 말을 받는 사람은 억압이나 구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교사와 학생,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심지어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서로 ‘이래야 한다’ 또는 ‘너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라고 말한다. 봉건사회에서는 ‘이래야 한다’가 올바르지 않은 것임에도 국가나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이면 말하는 사람과 말을 받는 사람이 모두 당연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한평생 구속과 억압이었으며 그들의 삶을 불행으로 이끄는 재갈이었다. 그 정도와 모양은 다르지만, ‘이래야 한다’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강요로 존재하고 있다.

‘이래야 한다’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말하여지면, ‘너는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래야 한다’가 된다. 이때 ‘이래야 한다’가 올바른 방향이면, 그것은 긍정의 신념이나 의지를 불러오지만, 올바른 방향이 아닐 때 그것은 강요를 넘어 강박으로 작용하며, 자신의 사고를 경직시켜 시나브로 자신을 불행하게 하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의식이 자유롭기를 바라며 남으로부터 강요받거나 억압받기를 싫어한다. ‘이래야 한다’, 이제는 버려도 좋을 잘못된 의식문화이며 언어 행위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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