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경제지표도 그러하지만, 환율은 정말 전망하기 어렵다. 원/달러환율이 2021년 중순부터 오를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1300원 내외에서 그칠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작년 10월에 1400원선을 상회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후엔 상당기간 1300원을 웃돌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현재는 1300원을 하회하는 모습이다. 환율은 지정학적 위기나 미국 금리 향방에 따라 한순간 급변동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금융위기에 비견되는 수준의 상승폭을 보이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울산지역은 무역의존도가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환율 움직임에 대한 지역경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과거 환율상승기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자. 2000년대 이후 3분기 이상 지속되는 환율상승 흐름은 5번 있었는데, 2000년과 2008년에는 IT버블 및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에서부터 환율상승이 촉발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원화의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면서 2014년 중국 주식시장 급락,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원화 절하를 유발했으며, 이번 상승기의 경우는 미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그 배경이다. 환율의 움직임은 다양한 경제적 요인이 얽혀있어 인과관계를 따지거나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과거 고환율이 울산경제 각 부문과 평균적으로 어떤 상관관계를 보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울산지역 제조업 생산은 2000년대에는 환율이 높을 때 성장이 둔화되고 하락시에 호조를 보였으나 2010년대 들어서 그러한 음의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되었다. 환율상승은 보통 글로벌 경기부진을 배경으로 하므로 국내외 수요 위축 때문에 생산과 역행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최근 들어 국내 생산품의 비가격경쟁력 강화, 수입 중간재투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약화되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의 경우 2010년대에는 생산이 환율과 순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상승이 가격경쟁력을 제고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석유화학과 조선업의 생산은 환율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는데 특히 선박 수주의 경우 환율보다는 국제유가에 더 민감할 뿐 아니라 수주-생산간 시차가 길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울산지역 기업 수익성은 대체로 환율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제조업 부문의 동행성은 금융위기 이후에 더욱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울산지역의 제조업체가 수출 비중이 높아 원화 절하시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은 환율 10% 상승 시 영업이익률이 0.43%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 실증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 한다. 제조업 이익률이 보통 3~5% 정도임을 감안하면 환율이 25% 오르면 이익률이 1% 개선되는 것은 상당한 영향력이다. 제조업 세부업종별로는 수출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및 완성차 업체의 상관관계가 높게 추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울산지역 소비자물가와 환율간 상관관계는 2000년대 이후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일관된 흐름을 보이지는 않았다. 품목별로는 공업제품 등 상품에 비해 서비스물가가 환율과의 동행성이 높았다. 환율이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정도인 환율전가율을 추정해보면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2000년대초에는 환율 10% 상승시 평균적으로 울산지역 소비자물가가 1%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코로나19 직전까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했다가 최근 상승기에 0.05%p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환율상승 흐름이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물가에 대한 걱정은 한숨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환율은 과거 10년평균인 1100원대보다 높은 상태이다. 환율에는 대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정책적 대응을 매우 어렵게 한다. 특히 지역단위에서는 대응이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시장친화적 물가관리체계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기업 및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완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환율변동에 취약한 기업들의 홧헤지 전략수립 및 대외 민감도를 낮출 수 있는 경영전략 재편을 지원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용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