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시미관 해치는 현수막 정치, 정치인 스스로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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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시미관 해치는 현수막 정치, 정치인 스스로 자제해야
  • 경상일보
  • 승인 2023.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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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울산지역에 정치현수막이 부쩍 많아졌다. 선출직 공직자는 물론이고 정당인들까지 가세해 도심 곳곳에 정치·정책에 대한 비난 또는 홍보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대거 내걸고 있다. 이들 정치인들은 돈을 지불하고 광고를 할 수 있는 지정게시대가 텅텅 비어 있음에도 게시대 바로 옆 가로수에 현수막을 매달기 일쑤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조망과 교통안전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

게다가 울산지역 대부분의 지자체는 불법 현수막의 철거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주민들에 의한 보상제로 전환하면서 보상금이 소진된 하반기로 접어들면 상업광고 현수막까지 대거 등장한다. 울긋불긋 현란한 색상의 아파트 분양 현수막과 과격한 선전문구가 적힌 정치현수막이 도시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마치 도시미관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수십년 전 후진도시로 되돌아간 듯하다.

정치현수막이 이처럼 많아진 것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이 개정 발효됐기 때문이다. 기존 옥외광고물법 제8조는 관혼상제, 학교행사나 종교의식, 시설물의 보호·관리,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적법한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안전사고 예방 교통 안내, 선거관련 홍보 등의 경우에 ‘적용 배제’를 해왔는데, 개정법은 여기에다가 ‘정당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에도 적용 배제하도록 했다. 다만 표시방법과 기간을 대통령으로 정한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정당명·연락처·기간 등을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일일이 따져가며 단속하기가 어려워 별무소용이다. 그동안에도 상업광고에 비해 관대하기가 이를 데 없었던 정치 현수막이 ‘합법적’이라는 날개까지 달았으니 제재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옥외광고물법 제1조)을 입법 목적 중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옥외광고물법이 정치인들의 ‘내로남불’로 인해 되레 도시미관을 해치는 주범이 된 셈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정치인이라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기 전에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주는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는 것이 도리다. ‘큰 둑이 개미구멍으로 무너지는 것’처럼 단 하나의 예외가 걷잡을 수 없는 현수막 천국을 만들면서 어느새 도시미관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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