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미적거림’의 비극
상태바
[경상시론]‘미적거림’의 비극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일의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잡고 나서, 마음을 다잡아 일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끝내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아 보완하며, 행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올해는 끝까지 무사히 목표한 일을 마치기를 원한다.

하지만 조금 지나다 보면 처음 계획한 대로 일이 차근히 진행되지 않고 더디게 흘러가다 나중에는 계획한 일이 흐지부지 되고, 아예 그런 일을 계획한 것도 잊어버리고 만다. 흔히들 ‘작심삼일’이라 일컫는 반복된 실수를 한다. 왜 그럴까?

춘추시대 노나라 임금 은공에게 환공이라는 어린 아우가 있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위를 물려받았지만 어린 환공이 장성하면 지위를 물려주고 은퇴해 노후생활을 하려 했다. 재위 11년에 우보라는 신하가 은공에게 어린 동생 환공을 죽이고 임금의 지위를 확고히 한 뒤 자기에게 높은 벼슬을 달라고 하니, 은공은 자신의 뜻을 밝히며 우보의 뜻을 거절했다. 그러자 우보는 겁이 나서 환공에게 은공을 참소해 은공을 죽이고 환공을 임금으로 세웠다. 이 일로 사람들은 은공을 애석하게 여기며 그의 의로운 뜻을 몰라주고 임금을 시해한 신하 우보와 동생 환공을 비난했다.

그러나 후대 송나라의 여조겸은 이 일은 결국 은공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도리어 은공을 비판했다. 만약 은공이 용감히 임금의 자리에서 물러나서 은둔하겠다는 의향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보여줬다면 감히 우보가 대놓고 동생을 죽이라고 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했다. 은공이 “동생이 어려서 그러니, 장차 때가 되면 동생에게 지위를 물려주고, 은퇴하여 시골에서 노년을 보낼 것이다.”라고 말한 것에서 ‘장차’라는 말에 주목했다. 여조겸은 은공의 머뭇거리는 행위와 지위를 동생에게 물려줌에 있어 애석해하는 마음이 드러났다고 본 것이다. 그는 간신에게 틈을 보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왕위를 물려주고 물러나려면 즉시 행해야지 머뭇거리고 미적거리게 되어 결국 화를 당했다고 본 것이다.

목표한 일을 해나가다 보면 가끔씩 나태해지고 머뭇거리고 미적거리게 된다. 새해를 맞아 작심하고 세워둔 목표가 종종 삼일을 못가 흐지부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다 보면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필자는 치과 진료실에서 종종 환자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서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이제야 왔다는 것이다. 그런 환자들을 종종 검진하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이 있다. 조금만 일찍 내원했더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치아를 결국에는 뽑고 후회를 한다. 초기 충치는 통증도 없고 발견도 어려워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통증이 막 시작되면 단순 충전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치료가 근관치료(치아의 신경치료)로 넘어가게 되고, 이마저도 미루게 되면 결국 치조골의 소실로 치아를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미리 주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해도 머뭇거리고 미루다 결국 더 큰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2023년은 계묘년으로 ‘검은 토끼’의 해이다.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토끼는 꾀와 영특함을 상징한다. 올해는 아무쪼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각오로 임했으면 한다. 머뭇거리고 미적거리다 일을 망치고 몸을 망치는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는 모두 토끼처럼 지혜롭게 행동하고 목표한 일을 달성해 최대의 성과물을 만드는 한 해가 되도록 하자.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