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예술인들의 몸이 바쁜 성수기, 마음이 바쁜 비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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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예술인들의 몸이 바쁜 성수기, 마음이 바쁜 비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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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예술인들에게도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성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예술인들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바쁘고 비슷한 시기에 한가한 편이다. 활동의 빈도나 밀도가 높은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다. 주로 작품발표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하반기는 성수기, 지금과 같은 연초는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각 지역의 문화재단,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하는 예술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업들은 보통 전년도 12월 전후 또는 당해 연도 1~2월경에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그 후에 작품을 준비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의 주요한 활동은 하반기로 몰리게 된다. 지난 2022년 하반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예술인들의 전시와 공연이 쏟아졌다. 풍성했던 문화 예술계를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예술인들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작품 발표가 끝나고 즐겁게 연말을 즐기면 좋으련만, 남아있는 정산 작업은 해가 바뀔 때까지 끝나지 않기 십상이라 12월의 예술인들은 대부분 피곤에 찌들어 있다.

작품 준비와 발표에 매진하던 예술인들이 새해를 맞이함과 동시에 활동이 잠잠해졌다. 이 시기에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궁금했던 나는 여러 작가들에게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져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기웃기웃’이었다. 이 말 덕분에 잠시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시기의 예술인들의 상태를 가장 적절히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1년의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동향을 살피고 준비 태세에 돌입하는 것이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거나 미뤄두었던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거의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직접적인 창작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창작활동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예술사업들의 공모가 이 시기에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서류와 제안서들을 준비하는 일도 포함된다. 울산문화재단에서도 ‘2023년 울산예술지원사업’의 공모가 시작됨에 따라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던 예술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울산문화재단과 울산관광재단의 통합됨에 따라 예술사업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 변화가 예술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쉬고는 있지만 마냥 마음 편히 쉴 수만은 없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는 한 예술인의 말은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는 많은 예술인들의 노고를 대변한다.

전시나 공연 같은 작품 발표가 예술인 개인에게 내재된 재능이나 숙련된 기술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 발표가 뜸한 지금도 여전히 바쁜 예술인들의 준비과정 자체가 이러한 오해에 대한 반증이다. 비수기처럼 보일 뿐,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2023년, 올 한 해도 예술인들의 성수기를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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