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보도로 유명인사…나눔실천은 여전
상태바
[그때 그사람]보도로 유명인사…나눔실천은 여전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3.01.1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진용씨가 울산 북구 당사동 자신의 집 앞에서 수확해 다듬은 배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임진용씨가 울산 북구 당사동 자신의 집 앞에서 수확해 다듬은 배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제는 힘에 부쳐 농사도 예전처럼 많이 못해요. 그래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니 계속 해야죠.”

지난 13일 울산 북구 당사동 자신의 집 앞에서 만난 임진용(68)씨는 최근 수확한 배추 1000여포기를 다듬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배추는 노인복지시설과 무료급식소 등에 무상으로 갖다주기 위한 것으로, 임씨는 이 일을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벌써 21년째 하고 있다.

임씨는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초등학교때 감전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오른쪽 다리도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외팔이에 다리도 불편하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도 배추, 무, 호박 등 농사를 지어 20년 넘게 양로원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임씨는 “예전에는 밭 3곳에서 2만평 정도 혼자 농사를 지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힘에 부쳐 3000평 정도로 줄여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이 고향인 그는 19살 때 울산에 왔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였지만 한 때 조각가를 꿈꿀 만큼 손재주가 좋아 전자제품수리점에서 오락기와 노래방기기 등을 수리했다. 만화가게 총판일과 현대중공업 야간경비업무, 인테리어사업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결혼도 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2003년께 사업이 실패하면서 이혼하게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도 했다. 한때 극단적인 선택도 했으나 다행히 그의 동생이 발견해 가까스로 살아났다.

이후 산속으로 들어간 그는 ‘중대결심’을 했다. “새롭게 태어났으니 남을 위해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동구 화정동행정복지센터에 신장 기증을 신청했다. 그해 겨울 한쪽 신장을 생면부지 20대 여성에게 기증했다. 그 여성은 이제 임씨의 딸 같은 존재가 되었고, 여성의 모친 등과도 가족 같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나눔과 봉사의 삶은 그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사동 강동축구장 인근 지인의 텃밭 등 3곳에서 채소를 재배해 노인요양원 등에 갖다준다. 지역 주민들의 농삿일도 돕고, 누군가 재주 많은 그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자신의 일처럼 돕는다.

임씨의 이러한 선행은 본보의 보도(본보 2011년 11월30일자)로 알려졌고, 이후 그는 각종 공중파 방송과 여러 언론매체에 잇따라 출연하며 울산의 유명 인사가 됐다. 그를 돕겠다는 단체나 사람들도 하나 둘 늘었다. 2011년에는 바르게살기운동 울산시협의회로부터 친절시민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주름살도 늘었지만 그의 일상과 삶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삶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이웃들은 이런 그를 ‘당사 외팔이 아저씨’라 부르며 김치나 쌀, 밑반찬 등을 가져다 준다.

임씨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농작물 기부는 힘이 닿는 한 계속 할 것”이라며 “소원이라면 아직까지 해외는 고사하고 제주도도 못가봤는데, 생전에 제주도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