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원자재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안정을 찾아가는 원자재도 있는 반면, 여전히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석유 수요증가와 러시아 제재에 따른 유가상승 등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상승이 지속된다면, 원자재를 구입 가공해 대·중견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돼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그동안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 받지 못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수탁기업 입장에서는 위탁기업과의 계약 이후 원가상승이 발생하면 단가를 조정 받아야 하지만, 계약 또는 발주시 단가 그대로 거래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시장의 현실이다. 수탁기업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익률이 줄더라도 거래 관계 지속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행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실태 점검’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원자재가격 상승이 납품단가에 온전히 반영되었다고 응답한 업체는 조사대상의 6.2%에 불과했고, 납품대금 조정을 하지 못한 이유는 거래단절 우려(40.5%)와 거절예상(34.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런 불합리한 거래 관행과 시장 현실 개선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연동제 도입을 담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 1월3일 공포되었다. 하위 법령 정비를 통해 10월4일부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납품대금연동제의 핵심은 ‘물품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의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가 연동되는 조항을 약정서 상 의무화하는 것’이다. 약정서에는 주요 원재료, 가격 기준지표, 조정요건, 조정주기, 납품대금연동 산식 등이 기재돼야 하는데, 중기부는 참여 기업의 편의를 위해 표준 특별약정서와 가이드를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중소기업의 보호를 위해 탄생했지만, 중소기업의 부담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기 위한 제로섬(Zero-Sum)의 제도가 결코 아니다. 분명 대기업 등 위탁기업 입장에서도 경제적 유인이 있는데, 원가연동조항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하락하는 경우에도 대금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위탁기업 양측이 모두 불확실성을 헤징(hedging)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이로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작성한 ‘납품단가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연구결과에서도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단가연동조항이 거래 당사자에게 모두 이로울 수 있다고 확인된다.
향후 시장에서 납품대금연동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는 전담팀을 꾸려 제도의 조기 안착 및 확산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경제 및 산업계에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제도 이용 활성화를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납품대금연동제의 법제화를 초석으로 수·위탁기업 모두가 제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도입에 협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납품단가연동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앞으로 원자재 급등기마다 중소기업이 경영난에 처하는 악순환은 끝나고, 우리경제가 진정한 ‘상생경제’에 한걸음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사람이 마음을 한 데 합치면 성(城)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 ‘중심성성(衆心成城)’처럼 수탁기업 및 위탁기업이 모두 한마음으로 납품대금연동 문화 정착에 동참한다면, 튼튼한 성과 같은 건전한 시장경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