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의 경제옹알이(25)]국민연금 : 지금 받는 사람들이 덜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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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의 경제옹알이(25)]국민연금 : 지금 받는 사람들이 덜 받으면 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2.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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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2022년 2학기 학생들에게 논쟁이 되는 주제를 골라오라고 했고 토론을 시켰다. 학생들이 골라온 주제는 최저임금, 사형제, 저출산, 성형수술 그리고 국민연금이었다. 그 중 국민연금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은 논쟁적이기 보다는 일방적이었다. 학생들은 고갈로 인해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국민연금을 내기 싫어했다. 왜 내야 하는지 나에게 물었다. 내가 해준 대답은 한국도 은퇴하면 연금으로 생활하고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어야 자영업자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은퇴를 하고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영업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그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논지를 학생들은 어느 정도는 받아들였다.

학생들과 토론을 하다가 20년 전, 내가 대학생일 때도 연금고갈 문제를 우리 사회는 알고 있었음이 기억났다. 당시에도 국민연금 개선논의가 5년 주기로 돌아왔던 때라 논의가 활발했던 때였고, 수업시간에 그 문제에 대해 많이 다루었다.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는 5년마다 반복된다. 연금에 대한 개선논의를 5년마다 하기 때문이다. 당시의 결론은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적게 주고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것과 저축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국민연금의 고갈문제는 더 심각해졌을 뿐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당시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 문제를 논의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국가의 미래를 걱정했던 훌륭한 의견이었으나, 다른 정치인들과 정부는 그 문제를 전혀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먼 미래의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순진한 정치인이라고 대우했던 듯하다. 그리고 그렇게 20년이 지나갔다. 문제는 더 악화되었지만, 책임지는 정치인과 정부는 없다.

수업시간에 토론을 하다 한 학생이 말했다. “저는 지금이 너무 좋거든요.” 그 말은 젊은 세대에 대한 내 시각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이든 세대인 내가 젊은 세대를,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만 가지고, 젊은 세대는 불행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어쩌면 잘못된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젊었을 때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별로 안 부러웠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가 사는 세상은 내가 젊었던 시대 보다 더 발전했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혜택을 나보다 더 잘 누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젊은 세대의 시각이 나이든 세대와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은 지방소멸 문제에서였다. 지방소멸을 젊은 세대의 시선에서 생각해 보니, 이동성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지방소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젊은이들은 지방이 소멸하면 그냥 떠나 버리면 된다. 지방이 소멸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동성이 낮은, 지역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나이든 세대다. 지방소멸의 문제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기 때문이라고, 청년의 잘못으로 돌리는 시각은 철저하게 나이든 세대 중심적이다. 나이든 세대는, 청년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슈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이 문제라고 나이든 세대 중심적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사실 나이든 세대는 옛날에 농사짓기 싫어서 농촌을 떠났던 사람들이다.

국민연금의 고갈문제에서도 나이든 세대 중심의 시선이 보인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정말 국민연금을 내고도,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정부가 세금을 통해 지급보증을 해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상일 뿐이다. 젊은 세대의 시선에 중심을 두고, 나이든 세대가 자신들 중심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는 접근법을 택하자, 국민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중점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년 전에도 논의되었던, 적게 주는 것, 다시 말해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주는 연금액을 줄여서 기금고갈을 늦추는 방법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고갈 논쟁은 그 원인을 저출산에 돌리고 있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서 인구가 감소하고, 그로 인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가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의 잘못 때문이라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이든 세대 중심적 시각이고, 현재 받는 연금액을 줄이지 않겠다는 나이든 세대의 권리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시각이다. 혹시나 지금 지급하는 연금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의 장에 올라와도, 선거부담을 걱정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실행할 수 없는 방법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적다는 이유로, 실행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되는 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버린 나이든 세대의 잘못이 더 크다. 투표도 거의 하지 못했고, 정치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기회와 시간 자체가 없었던 젊은 세대의 잘못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낳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당연한 듯이 들어온 젊은 세대는, 저출산을 고착화시킨 사회구조에 끼친 영향이 미미하다. 잘못은 20년 동안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를 먼 미래의 일이라며 개선하지 않았고, 아이 낳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버린 나이든 세대가 한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감춰둔 채 저출산 때문에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것이라며, 그 문제를 나이든 세대 중심적 시각에서 젊은 세대의 잘못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연금을 받는 세대가 연금을 덜 받으면 된다는, 저축한 만큼만 받으면 된다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갈문제를, 국민연금의 세대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마도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권리를 내려놓는 것이다. 자신들은 국민연금으로 저축한 것보다 더 받으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낸 것보다 덜 받으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 저출산이 문제라며, 연금을 낸 것보다 적게 받는 것을 젊은 세대의 탓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세대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가 국민연금을 처음 도입한 당시의 선심성 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선심성 정책 때문에 젊은 세대가 피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심성 정책으로 형성된 권리를 청산하는 더 나은 연금제도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은, 나이든 세대의 잘못이다. 나이든 세대가 바뀌지 않으면 젊은 세대는 아마도 나이든 세대 부양압박을, 전혀 개의치 않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다. 국민연금 내기 싫다는 것은 어쩌면 그 첫 단계다. 젊은 세대는 지방을 떠나면 되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되고, 부양을 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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