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다양한 공간들의 집합체이며, 도시 공간은 그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인류 최초의 도시 우루크로부터 현대 도시의 상징인 뉴욕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도시 흥망성쇠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매력, 혁신, 창의, 포용의 정신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도시만이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새롭게 인식되는 이유이다. 우리가 염원하는 지속가능하고 풍요로운 도시 울산 역시 매력적인 공간이 있을 때 가능하다.
도시의 공적 및 사적 공간이 디자인되고 배치되는 방식은 도시의 이미지와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공원, 광장, 거리, 건물, 랜드마크 등 공간의 디자인은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도시의 공간들은 단순히 기능적, 물리적 역할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역할의 중심으로, 그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방문하는 사람들이 도시를 경험하고 도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공간의 디자인은 주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장려하거나 저해하기도 한다.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 공간이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인식되는 방식과 소비되는 유형 또한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다. 잘 디자인되고 체계적으로 유지, 관리된 공간은 도시의 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반면 방치되거나 잘 계획되지 않은 공간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도시들은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관광, 투자, 그리고 새로운 거주자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서 공간의 중요성을 점점 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낙후된 도심 지역의 활성화, 새로운 공원과 광장의 조성 그리고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 경관의 개발에 집중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가 탄생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은 그 도시만의 이미지 구축과 매력을 높이기 위해 공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뉴욕의 폐쇄된 철도선로를 공중정원으로 재탄생시킨 ‘하이라인 파크’에서부터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보행자 중심 광장조성 사업인 ‘슈퍼블록 프로젝트’와 런던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에 이르기까지 도시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역사적 유산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도시공간을 활용함으로서 방문객들과 주민들 모두에게 더욱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는 문화유산의 상실과 도시공간의 균질화, 획일화를 초래했다.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교통 혼잡, 공해문제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주택과 상업 공간의 필요성과 같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 도시만의 정체성이 결여된 획일적이고 개성이 결여된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적, 역사적 유산 외에도 산업발전의 수준과 경제적 성과 또한 공간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간의 디자인은 접근성, 안전성, 거주성에 영향을 주어 지역경제 발전을 지원하거나 방해할 수도 있다. 디자인이 잘된 공간은 기업, 관광객, 주민들을 끌어들여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지만 공간의 디자인이 허술하면 지역경제와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간의 디자인은 또한 도시의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녹지공간을 우선시하는 도시는 주민의 삶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공원과 정원과 같은 녹지공간은 주민들에게 수많은 건강상의 이점뿐만 아니라 공기와 물의 정화, 야생동물 서식지를 포함한 중요한 생태계를 제공한다.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공간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도시의 공간은 연령, 능력,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거주자에게 열려 있는 포용적 공간이 되도록 디자인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접근하기 쉽고,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체계적이고 일관성있게 유지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디자인이 잘 된 공간은 문화유산을 발전시키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지역경제를 지원하고, 도시의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울산의 고유한 특성을 담아 매력있는 도시, 위대한 울산의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디자인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