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빛낸 기업인 추모, 기업가 정신 깨운다
상태바
[사설]울산 빛낸 기업인 추모, 기업가 정신 깨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5.2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울산을 빛낸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이 삐걱대고 있다고 한다. 울산에서 태어났거나 거주, 또는 활동했던 기업인 가운데 국가와 울산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을 대상으로 기념관·기념비 건립, 동상(흉상) 설치 등을 하는 기념 사업이다.

불굴의 기업가 도전정신을 나타낼 수 있도록 최소 2명 이상의 기업인 흉상을 만들겠다는게 울산시의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흉상 건립을 위한 후손들의 초상권 동의, 인물 선정이나 사업 관련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위대한 업적을 낸 기업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기념 사업이 울산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962년 공업센터 출범 이후 조국 근대화의 주력이 된 울산은 위대한 기업인들과의 인연이 유독 깊은 도시다. 울산에 많은 기업을 설립해 ‘경제발전의 상징’이 된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전 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도전과 실천의 경영철학을 무기로 오늘날 현대자동차(세계3위), 현대중공업(세계1위)을 글로벌 일류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울산에 화학회사와 전자회사를 세운 이 전 회장은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초일류 기업 삼성왕국을 완성한 장본인이다.

울산 출신 기업인 가운데는 신격호(1922~2020) 전 롯데그룹 회장과 ‘한국 방직업의 선구자’ 서갑호(1915~1976) 전 방림방적 회장이 있다. 신 전 회장은 ‘기업보국’과 ‘도전의 DNA’ 정신을 장착해 롯데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서 전 회장은 방림방적을 설립하고, 특히 1962년 도쿄 주일한국대사관 부지·건물을 정부에 기증(현재 2조원 상당)해 가장 많은 금액을 사회에 환원한 ‘아너 소사이어티’로 알려져 있다.

울산을 빛낸 기업인을 널리 알리고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은 중요한 일이다.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실행에 옮긴 위대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부자도시 울산이 있는 것이다. 동상은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담은 권위의 상징물과 같다. 때문에 인물평가는 울산시민들의 공감대와 객관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자칫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기 십상에서다. 그럼에도 미래 성장판이 닫히고 있는 울산의 ‘도전과 실천의 DNA’를 다시 깨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추모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