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흉상설치 두고 울산시 진퇴양난
상태바
기업인 흉상설치 두고 울산시 진퇴양난
  • 이춘봉
  • 승인 2023.05.2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을 빛낸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도산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흉상 제작에 대한 후손들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인물 선정이나 사업 관련 여론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4일 시에 따르면, 시는 울산을 빛낸 기업인을 널리 알리고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울산에서 태어났거나 거주, 또는 활동했던 기업인 가운데 국가와 울산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을 대상으로 기념관·기념비 건립, 동상 설치 등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시는 시민 공감대 형성과 관련 근거 마련을 위해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를 제정 중이다. 오는 6월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 조례안을 상정해 공포·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최근 위대한 기업인 물망에 오르내리는 기업인과 관련된 기업들에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후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위대한 기업인을 기리기 위해 흉상을 설치하려는 만큼, 선대 기업인의 흉상 제작에 동의해 초상권 사용을 허락해 달라는 게 골자다.

시는 교통량이 많은 울산고속도로와 국도 24호선 일원에서 조망이 가능하도록 UNIST 인근에 높이 30~40m 규모의 흉상 건립을 추진한다. 20m의 기단까지 포함할 경우 높이는 최대 60m에 달한다. 시는 최소 2인 이상의 기업인 흉상을 동시에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기업인의 도전정신을 나타낼 수 있도록 예술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내구성·안전성·시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흉상을 건립한다.

이 과정에서 시는 선정 절차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선정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시장 결재를 얻어 사업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초상권에 대한 후손들의 동의가 필요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후손들의 동의를 얻어놓고 자칫 선정위원회에서 탈락할 경우 결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후손들의 동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부 기업인은 동의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부 기업인은 내부 검토 과정에서 동의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로 인식되는 기업인에 대한 시선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기업인의 대형 조형물을 건립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산업수도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며 “시민 여론을 면밀히 살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