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 칼럼]오월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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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면주 칼럼]오월의 위협
  • 경상일보
  • 승인 2023.05.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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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변호사

멀리 신불산 등허리를 초록의 물결이 감아 돌고, 봄 꽃의 절정 장미가 담장마다 흐드러진 계절이다. 어느 여왕인들 이 5월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수 있겠는가. 통상 5월을 ‘가정의 달’이라 칭하지만, 법적으로는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기본법’ 제16조에서 정하고 있다. 유독 ‘청소년의 달’만 법으로 정한 것은 청소년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인식의 중요성 때문이다. 4H달 행사로 시작하다가 1980년부터 청소년의 달로 바뀌었다. 원래 4H는 두뇌(head), 마음(heart), 손(hand), 건강(heart) 즉 지(智), 덕(德), 노(勞), 체(體)의 이념을 청소년의 성장 모토로 삼는 미국에서 시작된 단체이다. 시대의 변화로 청소년의 활동과 시각이 다양화된 지금 4H 정신은 많이 퇴색했지만, 그 본질에는 큰 대차가 없다.

이러한 5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시절에는 많은 난관과 유혹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의 하나가 인터넷 게임에 대한 지나친 몰두이다. 컵 라면을 먹어가며 구석방에 쭈그리고 앉아 날을 세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의 마음에 화딱지가 나는 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불법 도박 사이트는 최소 3만여 개로 추산되며, 시장의 규모는 년 약 55조 원이라 한다. 군 장병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인터넷 도박도 2019년 일반 사병의 스마트 폰 도입 후 500% 이상 급증했다. 특히 2017년부터 약 5년간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청소년이 약 7063명에 달하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평균 연령도 2022년 17.6세로 점점 어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접근성, 사행성, 중독성 등이 강한 인터넷 도박은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덜 발달한 청소년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해 여러 형태의 일탈 행동을 일으킨다고 한다.

과거 성인 오락실 시절에 ‘바다 이야기’가 등장해 몸살을 앓은 기억이 있다. ‘바다 이야기’는 게임의 결과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한 뒤 인근의 환전소에서 현금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2006년 경에 자살자가 수십 명이 나오는 등 문제가 되자 집중 단속했다. 이때 몰수해 소각된 상품권 액수가 약 9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권의 유력인사가 게임기 제조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유야무야 되었다.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해 게임물이 어떤 형태로든 환전 기능과 연계될 경우 사행성 있는 불법 도박행위로 처벌이 강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십억 원 대의 코인(가상화폐) 보유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사태에서 ‘바다이야기’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난무하는 의혹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P2E 게임업자들의 정치권 로비설이다. P2E(Play to Earn)게임업자의 요구를 단순화하면 ‘바다이야기’의 상품권 대신 가상화폐의 일종인 게임 코인을 지급하는 것이다. 게임 코인은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환전을 금하고 있는 현행법을 게임 코인을 매개로 완화해 달라는 이야기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사행성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어, P2E 게임의 출시도 불가능하다. ‘스카이 피플’이 출시한 P2E 게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도 같은 맥락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P2E 게임의 합법화는 도박 중독의 확산, 해킹, 자금세탁, 탈세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 할 수 있고, 특히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안전망은 전무하다고 한다. 합법화를 반대하는 한국게임학회장에 대한 가족 살해 위협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이권이 걸려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바다이야기’ 소동에서 겪은 바와 같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므로 은밀한 입법 로비로 결정될 일이 아니며 공론화해 사회적인 숙고를 거듭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5월에 대한 위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피자 한 판 값으로 마약을 접할 수 있고, 마약상들이 학원가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는 뉴스는 귀를 의심케 한다. 청소년을 볼모로 하는 어른들의 돈벌이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자해 행위이다. 5월을 ‘청소년의 달’로 정한 법의 정신에서 우리는 너무 멀리 오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신면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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