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불확실성의 시대, 그리고 헤지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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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불확실성의 시대, 그리고 헤지 마인드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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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유니스트 교수·경영학

헤지(hedge)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울타리’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이다.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영어단어에 대한 정확한 뜻은 몰라도 그것을 ‘(특히 금전) 손실을 막기 위한 대비책’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헤지란 환율, 금리 또는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위험자산의 가격변동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그 의미를 좀 더 일반화해, 어떤 손실이나 충격에 대비한 보상의 방편을 마련하는 행위 전반을 헤지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아르헨티나-프랑스 간 축구 경기에 대해 내기를 하는데, 아르헨티나를 적극 응원하면서도 내기는 프랑스의 승리에 거는 것이다. 이 경우, 응원하는 아르헨티나가 졌을 경우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은 프랑스 승리로 인한 내기에서의 승리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다. 물론 아르헨티나가 이기면 내기에 진 것쯤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내기 또한 본인이 응원하는 아르헨티나 쪽으로 걸었으면 어땠을까? 만약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한다면, 2배의 기쁨을 얻겠지만, 반대의 경우 심리적 충격에 더해 내기까지 져버리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후자의 경우를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투자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헤지는 레버리지의 반대쪽에 있는 개념이다.

가장 쉬운 헤지의 방법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보험은 가장 직접적으로, 특히 금전적인 손실을 보상해준다. 여기서 직접적이라는 말은, 어떤 충격에 상응할 만한 비슷한 반대급부의 보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의된 조건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적시된 금액을 보상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예상치 못한 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는 차 사고로 인한 거의 대부분의 금전적 손실에 대한 보상, 즉 수리 및 치료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준다.

파생상품 혹은 그 구조화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회사가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을 했는데, 갑자기 환율이 폭락해,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니 재료값도 안 나오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떨까? 회사의 본업인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과 크게 상관없는 요소로 인해 회사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파생상품을 이용한 환 헤지상품은 이러한 경우, 환율이 급락했을 때 회사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구조화해 이 손실을 만회하게 해준다. 물론 환율이 급등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이익은 그 만큼 포기해야 한다.

헤지의 방법은 이렇게 직접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조건에 의해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이 가능할 때, 그 조건에 의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다른 상황을 같이 만들어 둔다면, 그 특정 조건이 발생했을 경우, 손실과 이익이 서로 상쇄되어 큰 충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취급하는 대표적인 2가지 보험인 생명보험과 연금보험은 어떤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한 충격을 서로 냉정하게 헤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급등, 미국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기준 금리를 3% 가량 올리면서, 시중 금리,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한 2% 이상 상승했다. 이로 인해, 5억원의 대출을 가지고 있는 차주라면, 1년에 1000만원의 이자를 더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이자 부담이 또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도 없다. 금리 인상에 취약한 대출을 가지고 있는 차주가 고정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것이 어렵다면, 금리 선물을 활용해 헤지 하는 방법도 있다. 3년 국고 선물 2계약(명목금액 2억원)을 매도(short)하고 있었다면, 선물 만기시 다음 선물로 잘 갱신(롤오버)했다는 가정 하에 지난 2년간 대략 15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얻어, 이자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몇 계약의 선물을 거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꼭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어떤 지표에 대해 그 지표가 특정 방향으로 변할 때, 그것이 내게 충격이나 손실로 작용하는 상황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물질적인 혹은 정신적인 투자 방법을 찾아보자. 그것이 헤지 마인드의 시작이다. 헤지 마인드는 주변적인 요소가 미치는 영향을 제거함으로써 몇 가지 중심적인 일에 좀 더 공격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힘이 있다. 불확실한 충격을 최소화해 본업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헤지 마인드를 가져보자.

서병기 유니스트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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