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좋은 사진이 아닌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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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좋은 사진이 아닌 좋은 작품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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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어제부터 개최되는 울산국제환경사진페스티벌에서 특별전의 일환으로 ‘울산아트포럼’과 ‘0.1젊은예술가회’의 협업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울산아트포럼은 사진을 중심으로 모여 다양한 예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이고 0.1젊은예술가회는 회화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 단체이다.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시각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예술관을 확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준비 기간이 다소 짧았던 탓에 최초 구상부터 함께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지만 작가들 간의 직접 소통이 가능하도록 함께 모여 작업을 진행한 덕에 제법 재미있는 작업이 되었다. 출력된 사진 위에 덧칠을 하거나 사진을 자르고 붙이는 콜라주, 사진 파일에 디지털 드로잉을 하는 등 나름의 시도가 흥미로웠다.

각 매체별로 다른 영역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유함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사진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통적 회화의 방식을 사용하는 회화 작품은 ‘단 한 점’이라는 의미가 그렇고, 회화 작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진의 피사체가 ‘존재 했었다’라는 존재와 부재의 증명이라는 가치와 사진이 갖는 ‘시간성’이 그렇다. 이것은 고유함이 되어 주지만 상반된 측면은 각 매체의 한계가 되어 돌아온다. 작가들은 그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매체 간의 공통점은 시너지로 발전시키고 차이와 한계는 보완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의 결과물을 선보여야 하는 것이다.

작가라면 ‘좋은 사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좋은 작품은 카메라나 붓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와 표현에서 나온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는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만큼 사진의 정통을 지키고자 애써왔다. 메커니즘이나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서는 조금 유연해졌지만 사진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다소 경계하는 편이다. 사진에서 카메라의 사용과 기술적 활용, 작품의 표현 방법 등에서 스스로 어떤 틀을 설정해 둔 것처럼 지키려고 해 왔다. 나 역시 이번 기회에 이와 같은 경직된 부분을 해소해 보고자 적극적으로 교류에 임했다. 예술적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없고 장르 구분 없는 표현 방법 역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와 같은 경직된 부분을 해소해 보고자 적극적으로 교류에 임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작업을 할수록 나의 주요 매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더 충분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나비 한 마리를 그리기 위해 수 백 번의 붓질을 해야 하는 회화작가를 답답해하던 사진가에게도, 회화의 보조 광학장치 따위로 시작한 사진의 시작을 놀리던 회화작가에게도. 예술에 대해 유쾌한 언쟁과 대화를 나누며 마무리된 작업은 사진의 시간성과 회화의 유일성을 가진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현대에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협업 전시임에도 지역의 여러 작가가 모여 예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 내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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