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난독증 개선의 최종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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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난독증 개선의 최종목표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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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길 울산시의회 부의장

난독증 개선의 최종목표는 처음 보는 글자, 무의미한 글자도 정확히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내용을 이해하면서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읽는 능력을 길러 주는데 있다. 읽기를 할 때 두뇌에서는 문자해독과 내용이해라는 두 가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예를 들면 고래라는 글을 보고 고래라고 소리내어 읽는 것은 문자해독이며, 고래가 바다에 사는 큰 포유류라고 이해하는 것은 내용이해에 해당한다. 음소인식, 파닉스, 유창성, 어휘력, 내용이해 등 다섯 가지 읽기의 중요 요소 가운데 음소인식과 파닉스는 문자해독의 과정에, 어휘력과 내용이해는 내용이해의 과정에 속한다. 이 때 유창성은 문자해독과 내용이해를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읽기에서 유창성이란 글을 이해하며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읽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유창성이란 개념을 글을 기계적으로 빨리 읽는 것으로 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유창성은 기계적 읽기연습이다. 내용이해는 그 이후의 과정으로 읽기 유창성에는 내용이해가 포함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로봇읽기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난독증 개선의 최종목표를 처음 보는 글자나 무의미한 글자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조하지만 난독증을 개선하는 것 즉 읽기의 최종 목표는 문자 해독이 아니라 내용이해라는 사실이다.

과거 유창성이란 개념을 로봇읽기처럼 글을 기계적으로 빨리 읽는 것으로 보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글자, 무의미한 글자도 정확히 읽을 수 있게 되어 난독증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된 아동들이, 읽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읽을 때 두뇌에서는 문자해독과 내용이해라는 두 가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은 문자해독의 과정과 내용이해의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보는 글자, 무의미한 글자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에만 주력하면 문자해독의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망만 기형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

‘문자해독 능력을 충분히 길러 준 이후에 내용 이해력을 길러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정보처리과정은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아주 발달된 신경망으로 순식간에 처리된다. 즉 글을 읽을 때 문자해독을 담당하는 신경망만 작동하고 내용이해를 담당하는 신경망은 작동하지 않게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동시에 작동한다는 것이다. 1970~1980년대 미국에서는 ‘발음중심지도’를 통하여 처음 보는 글자, 무의미한 글자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난독증 개선의 최종목표로 보았다. 하지만 그 결과 읽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져 1990년대 이후 난독증 개선 방법이 ‘의미중심지도’로 바뀌었다. 난독증 개선의 최종목표가 내용을 이해하며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읽는 능력의 기초를 길러주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읽기역량은 단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난독증이 나타나는 아동들에게 나타나는 표면적인 문제는 글을 익히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정확히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원인은 아동들의 청각 처리능력과 관련된 음운 인식능력의 부족으로 문자 해독에서부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을 개선 시키는데 정확한 읽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잘못하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 습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난독증 개선을 위해서는 ‘의미중심지도’를 통하여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능력의 기초를 길러주어야 한다. 아울러 난독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청각처리능력의 부족을 개선시켜 주어 내용을 이해하며 빠르고 리듬감 있게 읽는 읽기역량의 기초를 길러 주어야 한다.

강대길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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