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중대재해 대책 이렇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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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중대재해 대책 이렇게 하면 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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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충렬 전 울산부시장 행정학박사 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1년 반이 되었다. 지난 4월6일 고양에서 동법 위반 1호 판결이 있었다. 하청근로자 추락사 책임으로 원청인 건설업 O사의 대표가 징역형(집행유예)을, 그 법인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 4월26일 창원의 2호 재판에서 역시 하청근로자 압사사고 책임으로 원청인 H제강 대표에게 실형이, 그 법인은 벌금형이 내려졌다. 유족합의까지 있었으나 원청 대표는 법정 구속된 반면 그 하청업체 대표는 집행유예였다. 이들 판시는 하청근로자의 사망이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안전보건확보 의무’ 불이행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경영책임자는 도급·용역·위탁 등을 행한 원청의 대표나 사업주를 말한다. 종래 산업안전법 체계에서는 볼 수 없던 사법처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처법 규율의 현주소다.

정부는 작년 11월 말 중처법 시행 1년이 되어가도 중대재해가 여전하고 사고사망률(만인율)도 줄어들지 않자, 관계부처 합동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의 콘셉트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다. 영국의 자율규제 효시 로벤스 보고서(1972)를 참고한 것으로, 영국은 이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1974) 후 중대재해가 급감했다. 한국의 만인율 목표는 현재 OECD 38개국 중 34위에서 2026년까지 평균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규율로 간다고 벌칙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율에는 항상 자기 책임이 수반되는 법이다.

그러면 중대재해대책, 어찌 해야 하나? 길은 딱 두 가지다. 첫째, 유해위험 요인 대책 등 예방체계를 확립해 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그렇게 했음에도 사고가 났을 때 사법적 위험(risk)을 최소화해 면책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 수단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다. 법상 의무주체가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 및 준법 체계를 평소 확인·점검하고 구축·유지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 컴플라이언스는 ‘안전·법규 등 업무전반’에 걸쳐 ‘자발적’으로 ‘사전’에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활동’이라는 점이 그 특성이다. 위 로드맵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도 컴플라이언스다.

컴플라이언스는 어떻게 실천하는가? 경영책임자의 의지가 필수다. 중대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약 80%, 업종별로는 건설·제조 분야에서 약 73%가 발생하고 있다. 원·하청 관계에서의 하청사고도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이 까닭에 원청 자신의 컴플라이언스는 당연하고 하청관리가 더 관건이다. 이에 중처법은 원청이 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조치를 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 원·하청 관계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누구한테 일을 맡겼습니까?” 즉 “어떤 수준의 업체와 계약했는가”를 우선적으로 조사한다. 따라서 하청 즉 협력업체의 안전역량을 점검·평가하고 보강해 주는 일은 중대재해 대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위험은 가까이 있다. 그러나 다스리면 없다. 숙달된 작업자가 많은 작업장이 오히려 위험하다. 숙련자의 타성 때문이다. 이는 확증편향(確證偏向, my side bia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어떤 분야 지식이나경험이 쌓이면 그와 다른 정보는 수용하지 않으려는 심리현상이다. 작업장 도처에 잠복해 안전관리에 불가측 위해요인이 될 수 있다. 서부발전에서는 2018년 사고와 유사한 ‘아차 사고’가 그 이전에 수백 번도 더 있었다고 한다. 이런 위험은 그 사업자에게 잘 안 보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에는 쉽게 포착된다. 자기규율은 직접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안전과 법 전문가를 활용하는 차력(借力)의 지혜가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 협력업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중처법상 의무 15개 포함 100여개 인증지표로 점검·평가해보면 컴플라이언스 수준들이 의외로 불량한 데 놀란다. 그간의 무사고 운영이 신기할 정도다. 마치 본인 모르게 치석으로 문드러져 가고 있는 치아를 발견한 것과 같다. 컴플라이언스 차원에서 자기규율 체계를 점검·정비하고 나면 스케일링을 받은 것처럼 깔끔한 기분이 될 것이다.

전충렬 전 울산부시장 행정학박사 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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