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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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 경상일보
  • 승인 2023.06.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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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초치(招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전혀 쓰지 않지만, 뉴스에서는 자주 듣는다. ‘초치(招致)’는 외교 용어로서, 한 국가의 외교당국이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외교적 사안을 이유로 자국에 주재하는 어떤 나라의 대사, 공사, 영사의 외교관을 자국 외교 관련 부서의 청사로 불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비슷한 단어로 ‘쟈오젠(召見, 불러서 만나다)’을 사용한다고 하고, 그 보다 수위가 낮은 단어로 ‘웨젠(約見, 약속하고 만나다)’이라는 단어도 있다고 한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둘러싸고, 한국 외교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고, 이어서 중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대사를 웨젠하면서, 관련 뉴스가 많이 나왔다.

지난 6월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 대사와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대중무역 적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 싱 대사는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싱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간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현 정부가 미중 대립에서 미국을 선택한 것은 역사의 흐름도 모르는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싱 대사의 위와 같은 발언은 민주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싱 대사의 위 발언이 알려지자, 외교부에서는 하루 뒤인 6월9일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싱 대사에게 “금번 언행은 상호존중에 입각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램에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이라며 “금번 언행과 관련, 외교 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을 경고했다.

그러자 6월11일 중국 외교부에서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웨젠해(약속하고 만나서)’ 정 대사에게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다. 현재 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보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야당의 대표가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서 현 정부 비판 발언을 들어 볼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대사관저에서 싱 대사가 현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발언을 그대로 유튜브를 통해 중계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기현 여당 대표가 지적했듯이, 그것은 국익을 위한 외교라기보다는 주한 중국대사의 입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흠집 내기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여러 차례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는 베팅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베팅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 외교부가 말로는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 것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이전의 정부에서는 언급을 피해 왔던 대만 문제를 일부러 끄집어 내 몇 차례 언급해 왔다. 그런 점에서 싱 대사의 이번 발언 문제는 외교부의 ‘초치’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일부 여당 의원은 싱 대사를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 더 키워가고 있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미국에는 호감을 가지고 있고, 중국에는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공격하는데 앞장서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은 큰 소비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는 될 수 있으면 그 시장을 잘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갈등을 더 만들어 가는 것은 경제적인 실리 면에서 이익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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