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끝이 아니라 시작을 위한 힘
상태바
[교단일기]끝이 아니라 시작을 위한 힘
  • 경상일보
  • 승인 2023.06.2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건희 울산 대송고등학교 교사

학교가 변하고 있다. 학급별 동일한 시간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예전과 달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누적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2025학년도 예정)을 위한 차분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부터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시행한다. 각 과목의 교수·학습이 끝났을 때 학생들의 성취가 기대되는 최소한의 지식, 기능, 태도에 대한 책임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교사는 이를 위해 최소 성취수준 예방지도와 보충지도를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수업과 평가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사전 지식도 확인과 학기 중 지도와 함께, 학기 말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을 위한 보충지도까지 이어져야 한다. 담당 교사로서 참여 학생의 학업성취율 40% 도달에 대한 깊은 의무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수·미이수의 기준이 되는 학업성취율 40%가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미도달 학생들을 위한 보충 지도와 개별 과제 제출 등으로 성취율 도달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학생의 학습 습관도 탄탄하지 못할 수 있고, 학습 결손 누적이 적지 않을 학생에게 평소와 같은 수업 제공으로 의미 있는 향상이 가능할까?

고민을 하던 중, 지난 5월26일 울산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새로운 통합영어 학습법을 적용한 학습지원 대상자를 위한 교수-학습 방법 직무연수’에 다녀왔다. 연수에서 영어의 기초 지식이나 학습 태도가 미흡한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도 방법과 필요한 연습 방법을 ‘새로운 통합영어 학습법’ 연구자이신 김성길 선생님께 직접 배울 수 있었다. 과거 나의 수업 방식처럼 단어장이나 문법 학습지를 건네며 단어를 더 열심히 외우고 문법 문제를 더 풀어오라는 교수-학습 방법과는 차원이 다른 수업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말을 듣고 따라 읽으며 익힌 것처럼, 학생들은 쉬운 문장부터 소리 내어 읽고 문장 구조에 맞는 해석 연습을 단계적으로 한다. 단어를 시작으로 짧은 문장의 영어가 학생의 머릿속에 남도록 하는 방법으로 영어 공부의 기초가 형성되는 것이다. 수업 중 사용하는 교과서로 학습하니 추가 학습과 교사들의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도 없고, 오히려 학교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핵심은 이 학습법으로 학생들은 영어 문장 구조를 습득해 다시 영어에 도전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가 학업성취율 40%에 도달하기만 하면 학습이 끝나버리는 종결점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적 학습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교사인 나부터 새로운 관점의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해야겠다.

김건희 울산 대송고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