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산업생태계 기초 다지는 납품대금연동제
상태바
[경상시론]울산 산업생태계 기초 다지는 납품대금연동제
  • 경상일보
  • 승인 2023.07.0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미국 캘리포니아가 원산지인 ‘레드우드’(Redwood) 라는 침엽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로 키가 100m 이상 자라는데, 이 거대한 몸체를 불과 3m 깊이의 뿌리가 지탱한다. 그 비결은 이 나무들은 거센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군락을 이루고 살며, 서로의 뿌리를 얽어 상호 지탱하는 힘으로 견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나무가 가진 더 놀라운 점은 영양분을 혼자서 독차지하지 않고 어린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나누어 준다고 한다. 다 자란 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스스로 꺾이게 해 어린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영양분을 제공한다고 한다. 작은 나무가 성장해 큰 나무가 되었을 때 가지고 있는 것을 기꺼이 내놓는 나눔을 통해 또 다른 작은 나무가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나무의 별명은 ‘더불어 사는 나무’ 라고 한다.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과의 관계에서 나눔을 통해 공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로 시작된 제도가 ‘납품대금연동제’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고물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납품대금연동제’를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함께 분담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이다. 즉, 원자재가격 상승과 하락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해 중소·벤처기업에게 제값을 받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며, 궁극적으로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상생과 협업의 거래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제도의 목표라 할 것이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오는 10월 의무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5월에 ‘납품대금 연동지원본부’의 지정기준과 약정서 기재사항을, 6월에는 연동사항 기재의무의 예외가 되는 단기계약과 소액계약의 기준과 탈법행위에 대한 벌점과 과태료 부과기준 등에 대한 상생협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특히, 위탁기업의 탈법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5.1점 벌점 및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3년간 벌점 5점 초과시 공공조달 입찰참가 자격 제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대금연동제를 현장에 확산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중소기업 TF회의와 106회에 걸친 로드쇼를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대기업 등을 방문해 동행기업(제도 의무시행 전 시범실시 기업) 참여를 독려 중에 있다. 그 결과 동행기업은 올해 1월 392개사에서 6월에는 864개사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도 그간 지역 대·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동행기업 동참을 권유하고, 중소기업의 제도 인지도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지역언론과 중소기업 협·단체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홍보를 병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울산지역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몇 개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동행기업 참여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납품대금연동제에 대한 인지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차 기업대상 설문조사시 27%에 불과하던 인지도가 6월 2차 조사에서는 55.6%로 2배 이상 상승했다. 또한, 87.4%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수위탁기업간 공정한 거래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답한 점은 향후 제도 안착에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이제 납품대금연동제 의무시행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있다. 제도의 본격 시행을 위해 정부는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반면, 기업의 인식이나 대응이 아직도 미흡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제도 시행 이후에 벌어질 수도 있는 불편하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 더 서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청은 ‘납품대금연동제 상담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법적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울산변호사회와 협업해 법률상담도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산업수도이자 기업가정신의 원조 도시인 울산이 ‘납품대금연동제’의 조기 안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더불어 사는 산업생태계’ 모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 이를 통해 울산경제의 퀀텀점프를 견인할 수 있는 든든한 레드우드 나무 군락이 되기를 바란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