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의료분야 스타트업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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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의료분야 스타트업들의 도전
  • 경상일보
  • 승인 2023.07.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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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코로나가 유행한 3년 동안 바뀐 것이 몇가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비대면진료다. 사실 비대면진료는 의료계에선 거의 금기어였다. 코로나 유행 기간동안 재택치료라는 이름의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행해졌었고, 장단점을 떠나 그 상황에 맞는 형태의 진료인데다 유행기간이 생각보다 길었기에 효과는 꽤 컸다. 당시엔 거의 모든 병원들이 참여했었기 때문에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도 동참해 재택치료를 했고 지금까지 안해 본 형태라 처음엔 혼란이 컸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 상황은 정말 오랜만에 맞이한 ‘새로운 형태의 진료’였다. 이전부터 원격진료라는 기회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규제적 문제로 이뤄지지 않아 손을 놓고 있던 기업들, 주로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곧 적극적으로 병원과 환자를 이어주는 툴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코로나 위기단계는 낮아졌고 비대면진료는 시범사업으로 전환이 되었다. 정부에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넣었지만, 약 한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친 현재,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이뤄지고 초진이 아닌 재진환자만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등 이용의 효율도 높지 않고 이용도도 저조해 사업을 접는 업체들이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정착되려면 의견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나 조율이 될지는 모른다.

사실 지금까지 의료분야에서 진료형태 등을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들이 없었던 게 아니다. 비대면진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의료의 형태 자체에 도전하는 모델들이 꽤 있었지만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아니 필자의 기억엔 한 개도 없었다. 주로 스타트업이나 그를 막 벗어난 신생기업들이 그런 시도를 많이 한다. 전시회 및 발표회 등에서 업체들의 설명을 들으며 기발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간혹 있었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소식은 거의 들은 적이 없다. 수익모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 이유는 의료분야의 경직성을 뚫지 못 해서라고 생각한다. 의료재정은 한계가 있고 전문가 단체들은 분야별로 있으며 의견일치를 보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료라는 단어 뒤에 사업이라는 말이 붙는 것에 약간의 거부정서가 있다. 이런 복합요인들 때문에 의료분야의 혁신은 지금까지 해오던 진료형태들을 보완하는 수준으로만 진행될 뿐(사실 이런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전체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를 가져온 기업들은 없었다.

감히 말하건데 이런 기업들의 도전은 응원이 필요하다. 여러 이유로 찬반이 있겠지만 다 감안해도 도전의욕 자체를 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고령화 그리고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향후 병상숫자 증감 및 외래진료 형태 등과 관련해 향후 굉장히 큰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많다. 사회 전체의 진료비 역시 상승할 것이 너무나 확연히 보이고 이를 줄이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한두군데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지만, 생각하지 못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신선하고 어찌보면 순진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를 들고 이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이전부터 생각해왔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본 ‘미래의 의료’를 설명한 책들과 외국강연 영상들을 가끔 떠올려 본다. 물론 예측이라는게 안 맞는 경우가 더 많지만, 당시 제시되었던 방향들 중 인상깊게 본 것이 병원의 병실은 중환자실 정도만 남게 되는 모델과 업그레이드 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재택에서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통화를 하며 상대의 말투 및 말 사이사이의 공백정도를 분석해 뇌졸중 위험여부를 판단하는 기술과 방바닥에 센서를 설치해 평소의 발걸음과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해 환자의 상태를 도출해내는 기술들도 있었다. 그걸 본게 대략 10년 전이고 이후 비슷한 형태의 의료기관들이 외국에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모델은 현재 우리나라엔 없다. 물론 그걸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의료는 각 나라 및 문화권에 따라 형태가 다른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맞는 혁신은 조만간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런 혁신들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지금 고군분투하고 있는 작은 기업들이 되지 않을까. 응원을 보낸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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