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꿈꾸는 문화공장, 문화도시 울산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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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꿈꾸는 문화공장, 문화도시 울산을 기대하며
  • 경상일보
  • 승인 2023.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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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울산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법정문화도시’ 공모사업에서 광역지자체 최초로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돼 5년간 국비 100억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법정문화도시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말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지난 4년간 전국에서 25개소(제1차 7개소, 제2차 5개소, 제3차 6개소, 제4차 6개소)의 법정문화도시가 지정돼 각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로서는 유일하게 울산시가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이유를 살펴보면 “울산시는 1962년 특정 공업지구 지정 이래 대한민국 대표 산업도시로 성장했으나 경제성장 둔화, 산업구조 한계 등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산업도시의 한계를 문화로 극복하고, 울산 시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도시를 제시했다. 특히, 울산시의 5개 구·군의 특색 있는 문화프로그램으로 자치구의 특성을 살리면서, 울산시 전체를 관통하는 태화강을 매개로 하는 ‘광역형 문화도시’의 모델을 제시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라고 한다.

울산시의 법정문화도시 비전은 ‘꿈꾸는 문화공장, 시민이 만드는 문화공장, 시민 모두가 문화공장장’이다. 24곳의 다른 도시들의 문화도시 비전과 비교하면 매우 특이하고 차별화된 표현이다. 울산시는 세계적 산업도시로서 공업, 공장, 생산과 같은 어휘들이 매우 익숙한 표현이며 도시의 정체성이기 때문인 것 같다.

‘자동차도시 울산’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도시로는 미국의 디트로이트시와 독일의 드레스덴시가 있다. 특히, 디트로이트 시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역사가 숨 쉬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모터시티이다. 자동차산업의 역사이기도 한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디트로이트시에서 열린 ‘미국 오케스트라 연합 전국대회’를 후원해 디트로이트시의 수준 높은 음악문화를 다시 살리기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 뿐만 아니라 포드자동차공장의 생산현장으로 찾아가는 특색있는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자동차생산라인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관악곡 연주는 금속악기를 통해 나오는 청량하고 기계적인 음색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생산라인의 움직임과 경고음의 어울림이 마치 대규모 관악합주단의 연주와 같은 웅장한 화음처럼 들렸다. 또한 자동차 생산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부품들의 유연한 흐름과 분주하게 그러나 규칙적으로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 팔들의 움직임은 오페라의 웅장한 합창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일순간에 자동차공장이 ‘문화공장’으로 변신했다.

폭스바겐자동차의 ‘유리공장’이라고 불리는 드레스덴 공장은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도전했던 최상급모델인 페이튼의 생산 공장이다. 이곳은 투명한 통유리로 형성된 공장외벽으로 인해 공장의 내부를 모두 볼 수 있어 유리공장으로 불린다. 고급스러운 단풍나무 바닥재 위에서 멋진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튼 구매자가 공장을 방문해 자신의 차를 인도 받을 때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축하 공연을 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유리공장안에서는 드레스덴 심포니, 뉴욕필과 같은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다양한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유려한 연주자들의 움직임과 음악의 흐름 그리고 지휘자의 열정적인 몸짓 뒤로 자동차 생산라인에 매달려 있는 자동차 부품들의 모습과 지휘대의 난간손잡이를 자동차의 앞 범퍼 부속으로 장식하고 자동차부품을 타악기로 개조해 사용한 것이 ‘문화공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울산은 산업생산이라는 태생적 특성 때문인지 문화도 생산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 있다. 성공적인 문화도시 구현을 위해 다양한 문화가 소비되는 ‘문화시장’, 다양한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문화 마케터’ 그리고 문화에 대한 열정을 온전히 담아 낼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공간’에 대한 고민이 추가 된다면 더욱 매력 있는 울산만의 문화가 생산될 것 같다.

문화는 도시를 도시답게 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울산의 도시적 특성을 반영한 ‘법정문화도시’ 사업의 성공적인 실천을 통해 ‘꿈꾸는 문화공장, 문화도시 울산’이 되길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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