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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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아프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7.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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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부산대 교육공학박사

“교실은 집과 같은 곳이다. 여기서 우정을 쌓고 공부하고 예의를 배우지. 활기가 넘치고 인생을 준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곳이야. 슬픔과 고통까지도 모두가 함께 이겨 나가야 해.” 2011년 개봉한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주인공 라자르 선생님이 교실에서 선생님의 죽음을 목격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전한 말이다.

이런 교실에서 얼마 전 서울 서이초등학교의 2년 차 선생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학교 앞에 수없이 늘어선 화환들과 메모들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그 이전에 초등학교 6학년 제자에게 담임교사가 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이 전해진 상황이라 현재 교사들의 분노가 더 커지게 된 것 같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분노로 들끓고 있다.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20대 중반의 새내기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주체를 두고서 말이다.

필자는 외부 강의로 인해 초중등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날 일들이 자주 있다. 외부 강의 시 언젠가부터 학교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전달받는 내용 중 하나가 학생들이 자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지적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많이 듣게 된다. 또한, 교육대학원 강의 시 만나는 학교 선생님들도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학생 지도의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학교교육의 현실을 접하면서 선생님들이 기본적인 교육활동조차도 힘든 지금의 상황에서 그 힘듦이 학생들의 미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 해봤던 기억이 난다.

서울시교육청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내용들 중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추정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교사가 학생 손목을 잡고 공격행동을 멈추도록 지도하는 것, 교사가 학생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지만 계속 반항해 억지로 앉히는 행동, 교사가 등교지도 중 학생이 불응하고 도망가 가방끈을 잡았더니 학생이 어깨와 목 등의 통증을 호소한 것, 교사가 학생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벌점을 부과해 명예를 훼손한 것, 교사가 지속적으로 문제유발 학생이라고 부모에게 말하는 것 등이다. 이런 내용들이 전체 신고 건수의 24.7%에 해당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건으로 인해 경기도지역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학급 아이들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해당 학부모가 학생들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며 윽박지르자 베테랑 교사였던 이 교사는 결국 학교를 떠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최근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을 되살리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교권 침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비판도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각 교육청들의 조례로 전국 16개 교육청 중 경기도,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 7개 교육청에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2016년부터 추진되고 간담회도 개최되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고 현재 주민발의 중이다.

이런 모든 상황 속에서 어른들은 선생님의 죽음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 우리 사회가 방조하거나 묵인한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지금도 그 교실에 머물러 있다. 물론 조기 방학으로 아이들의 등교를 막았다고는 하지만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자신의 담임이라는 것을 영원히 모를까? 죄 없이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지 이 또한 우리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 볼 문제인듯하다. 지금 이순간 아이들에게 라자르 선생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선생님이 왜 교실을 택했는지 우리는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아니라 서로 상처받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헤아려야 한다. 학생인권이 올라가면 교권이 추락한다는 논리로 상대방을 탓하기보다는 하루빨리 라자르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미화 메타버스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동의대 외래교수·부산대 교육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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