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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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7.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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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얼마 전 봉사활동을 갔다가 옆에서 함께 땀을 흘리던 분이 문득 내게 인사를 했다. 인사를 나누고보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대방이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통성명을 나누고 소송에 이르게 된 경위를 상대방 입장에서 들어보았다. 한 쪽 당사자 이야기만 듣고 막연히 생각했던 상대의 모습과 봉사활동 현장에서 만난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한 번은 사회에서 인연 맺은 친한 형이 잠시 보자고 해서 갔더니 자기가 최근 법원에서 받은 소장이라고 이혼소송 서류를 내밀었다. 확인을 해보니 우리가 소송을 제기한 소장이었다. 이름이 왜 다르냐고 물으니 개명을 했다고 한다. 한 쪽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악인으로만 그려졌는데, 내가 알고 지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하긴, 산을 바라봐도 어느 등산로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산의 모습은 참 다르다. 암벽 투성일 수도 있고, 시원한 산책길일 수도 있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다. 새삼 내가 바라보고 내가 평가하는 시선이 나의 입장과 이익 그리고 상황과 경험에 따라 너무나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무언가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너무나 밉겠지만,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반가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바르다고 믿고 있는 일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옳지 않을 수 있다. 사회에서 사람을 해하면 비난을 받고 형사처벌을 받지만, 전쟁에서 적군을 많이 해한 사람은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절대적 선이나 절대적 악을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 쉽게 절대적 확신에 자신을 맡긴다. 타인과 사안을 대할 때, 절대적 선악의 개념으로 접근해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면, ‘나의 온전한 승리’만이 정의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잔인해지고 타협이 없다. 그 것을 아는 상대방도 최선을 다해 그 싸움에 임하게 되니 싸움은 치열해진다. 당사자들의 싸움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제3자가 등장하면 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이런 절대적 선악의 개념으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시도는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사회갈등 해결이나, 정치적 문제, 크고 작은 조직 내 다툼에서도 반복된다. 나의 이익과 입장 그리고 경험에서 판단을 내린 후 이를 신념화하고 상대는 제거해야 할 악으로 삼아 경쟁에 나선다. 상대도 같은 방법으로 파벌을 형성하고 결국 파벌 대 파벌의 싸움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목적은 같지만 방향과 방법이 다른 정도지만, 같은 목적은 잊어버리고 상대방을 거악으로 규정하고 감정적으로 공격한다. 이런 파벌 간 다툼의 특징은 최초에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지만, 종국에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승리와 이에 따른 이익,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응징만 본다는 것이다.

소송에서도 판결에서의 승리보다는 조정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우수한 사례해결로 생각한다. 이익 다툼이 있어 소송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악수하며 마무리되고 나아가 향후 분쟁의 씨앗을 제거한다면 더없이 좋은 것이다. 소송으로 마무리지을 수 없는 개인과 개인의 다툼, 조직 내의 갈등, 나아가 정치적 사안의 해결은 이런 조정과 타협이 더욱 중요하다. 상대를 이기고 박멸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상대를 이해하고 협의하며 나의 모자란 점은 발전시키고 상대방도 함께 생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인데 왜 잘 되지 않을까? 사견으로는, 상대방을 악마화해 싸우는 것이 가장 쉬운 자기 설득방법이고 세력형성 및 조직 유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갈등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자들의 북돋움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한다는 것은 나의 모자란 점과 잘못된 점도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기에 스스로 용기가 필요하다. 외부의 적이 있으면 내부를 단합시키기 쉽다는 말처럼 상대방 악마화는 내부 단결과 세력 유지에 너무나 손쉬운 수단이다.

그렇기에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현명하게 되돌아보는 마음과 성숙한 시선이 없으면 상대방을 악마화하기는 쉽지만 좋지 못한 수단에 쉽게 유혹당한다.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상대방을 공격할 때 또는 그에 동조할 때 ‘가장 쉽지만 위험한 편가르기와 악마화를 하는 건 아닐까?’ ‘상대와 대화와 타협의 여지는 없을까? 내가 되돌아보고 개선할 점은 없을까?’ 이렇게 한 번쯤 멈추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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