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냥 두는게 묘수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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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냥 두는게 묘수일수도 있다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3.08.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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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권 사회부 기자

최근 울산 울주군은 서생면에 위치한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철거 업체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군은 시설물 철거 후 잔디 식재로 경관 조성을 마친 뒤, 구체적인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인근 주민협의회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시설물을 설치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군은 서생면 일대에 개인이 운영하는 반려동물 시설물이 다수 있기 때문에 군에서 시설물을 세울 경우 자칫 경쟁 구도가 형성돼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어 고심에 빠진 눈치다.

군은 지난 2010년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을 위해 원전 지원금 30억원을 들여 가설건축물로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을 건립했다. 이후 이곳은 ‘메이퀸’ ‘한반도’ 등 인기 주말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이어 결혼사진 전문 스튜디오와 식당 등을 갖춘 시설물로 운영된 뒤 카페, 코스튬 스튜디오 등 민간 업체에 임대돼 운영됐다. 하지만 적자 운영 등으로 운영 주체가 수시로 바뀌었고, 임차인이 계약을 중도 포기 하는 사례도 빈발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운영한 업체와는 계약 갱신 문제를 놓고 법적 소송 분쟁에 휘말리는 등 약 2년 동안 흉물로 방치됐다. 이렇다 보니 울산의 대표적 명소이자 관광지인 간절곶의 ‘옥에 티’로 여겨졌고,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인근 주민들은 활용 방안 모색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과거 군은 이곳을 치유와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마음 챙김 센터’로 조성하려 했으나 군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고, 서생 해양관광단지 조성과 연계한 활용 방안도 모색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묘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잔디 식재를 한 뒤 그 상태로 두는 방안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월1일 간절곶에서 열린 해맞이 행사에는 약 13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행사에 시민들은 발 디딜 틈 없이 간절곶을 가득 메웠다. 대개 유명한 장소에는 그에 어울리는 시설물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더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전국적인 해맞이 명소로 알려진 간절곶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이 자리 잡아 경관을 망치게 된다면 또다시 흉물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럴 바엔 있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재권 사회부 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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