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카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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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카촬을 아시나요?
  • 경상일보
  • 승인 2023.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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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화 울산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순찰2팀원

“여기 보세요. 이 사람이 찍고 있잖아요?.”

얼마 전 주간 근무 때 일이다. 112를 통해 신고가 들어왔는데 관내에 한 대형매장에서 30대 남자가 치마를 입은 피해자를 촬영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속히 출동해 매장 직원의 협조로 CCTV를 확인해보니 30대 남성이 여성 피해자 바로 뒤를 따라가더니 주변을 살피다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정확히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해당하는 범죄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몰카라는 시쳇말 대신 현장에선 흔히 ‘카촬’이라고 하는데 초임 시절 범행 현장에서 여성청소년 수사관님이 카촬이라고 말할 때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경험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성범죄 수사 외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몰카’라는 단어보다 ‘카촬’이라는 단어가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카촬’을 경범죄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법에 의하면 카촬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의율되는 범죄로 ‘통고처분’ 등으로 마무리되는 가벼운 죄가 아니다. 현행범체포는 물론 긴급체포도 가능한 범죄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성적자기결정권과 초상권 등의 중요법익을 침해하는 죄로 경찰청 등 수사기관은 카촬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초기 대응 단계부터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 또 최근 판결을 보면 초범인 경우에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입직한 후에 카촬범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막상 체포하고 보면 “운동화가 예뻐 보여 운동화를 찍었다” “휴대전화가 고장 나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었다”라는 등의 변명을 들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보한 CCTV 영상 등 물적 증거나 주변 목격자의 진술 등 증거를 제시하고 혐의를 추궁하면 대부분 혐의가 입증되는 경우가 많았고, 정말 억울한 사람들은 찾기 힘들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성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해당 범죄의 발생 건수는 2011년 1523건에 비해 2021년 6212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각종 촬영수단 등 기술적 요소의 발전과 범행 자체에 대한 지각이 높아진 탓이라 보인다.

범죄가 늘어난 만큼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촬 범죄 예방을 위해 우리 경찰은 다중밀집지역 등 범죄취약지에 사복경찰을 활용해 단속하기도 하고, 피해 신고에 CODE1(112신고 접수종별코드, 낮을수록 위급한 신고임을 뜻함) 등 높은 코드를 부여해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한 휴대전화, 각종 촬영 장비 등 증거물에 대해선 즉시 시경찰청 단위의 ‘디지털포렌식계’에서 면밀하게 분석해 혐의 증명을 위한 증거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울산 동구는 대형백화점, 대형할인점, 해수욕장 등이 모여있어 카촬 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곳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어디서든 인파가 많아 카촬 범죄가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여성청소년수사팀과 나와 같은 지역경찰은 언제든 해당 범죄 대응을 위해 관련 교육을 수료하고, 제반 업무절차를 철저히 숙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종·유사 사건을 경험해 본 책임자와 여러 선배들이 있다는 점이 나에겐 큰 힘이다.

서두에 말씀드린 피의자는 지구대와 여성청소년수사팀의 공조로 신속히 검거되어 현재 수사 중이다. 카촬 범행이 의심스럽다면 112로 즉시 신고해줄 것을 바란다.

제갈화 울산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순찰2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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