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45)]비일상의 공간-라 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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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45)]비일상의 공간-라 콜리나
  • 경상일보
  • 승인 2023.12.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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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사진 몇 컷만 머릿속에 담고 찾았던 ‘라 콜리나’는 필자에게 기대 이상의 공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나는 풍경은 다시 일상 속으로 떠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후지모리 테루노부가 디자인한 ‘라 콜리나’는 2015년 제과 공장으로 태어났다. 라 콜리나는 이탈리아어로 언덕을 의미하며, 무성한 풀과 잔디로 덮여 있는 언덕 같은 지붕은 건축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숲이 우거진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 가까이 있으며, 일본의 중요 전통 건물군 보존지구로 선정된 옛 거리가 남아있는 시가현 오우미하치만에 위치한다. 지역 농부들과 협력해 향후 빵집, 식당, 그리고 사탕 가게와 농산물 시장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차장에 내려 빨려 들어가듯이 걸어가다 보니 먼 산을 배경으로 비현실적인 건축물이 나타났다. 건물 앞 넓게 펼쳐진 초록은 가까이 보니 조릿대 군락이다. 넘실거리는 조릿대 사잇길을 걸어 건물에 다다른다. 초가지붕 처마 끝에 작은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가까이 가보니 풀과 잡초를 망태에 담아 부착시키고 점적 관수를 이용해 경사지붕을 온통 풀밭으로 만들었다.

▲ ‘라 콜리나의 밤나무회랑에서 바라보는 논과 밭.
▲ ‘라 콜리나의 밤나무회랑에서 바라보는 논과 밭.

영화 ‘지브리’에 등장할 것 같은 이곳은 메인 숍 외에 본사가 있는 ‘구리 지붕’건물도 독특하다. 빵 가게인 건물 안을 통과해 뒤 뜰로 나가면 논과 밭이 펼쳐지고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밤나무를 깎아 세운 회랑에 앉아 논두렁 좁은 길을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곳곳에 놓인 소품, 외벽의 마감소재를 보니 자연과 융화하려는 고집과 장난기가 엿보인다.

공간설계의 일반적인 공식을 적용해 보자면 중앙을 메인 광장으로 너른 잔디마당을 조성하고 과시할 만한 조형물을 놓을 법도 한데, 그냥 논밭이 전부다. 시가현 내 방문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은 시설이라고 하던데, 외진 곳까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비일상의 공간의 힘이란!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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