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칼럼]행복추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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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면주칼럼]행복추구권
  • 경상일보
  • 승인 2024.01.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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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변호사

해가 바뀌는 이맘때쯤이면 행(幸)과 복(福)이 빅데이터 언급률 최상위를 차지한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 그 뜻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행복이 헌법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은 아는 이가 드물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the pursuit of Happiness’에서 유래하며, 유독 한국과 일본 헌법에만 명문화돼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요즘 인기 있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1979년 12월12일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가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한 후 개정한 제5공화국 헌법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 열망은 유신헌법의 대통령 간선제를 폐지하는 직선제 개헌이었지만, 결국 임기 7년의 단임 간선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좀 생뚱맞게 ‘행복추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헌법에도 등장할 정도로 행복에 대한 갈망이 높음에도 유엔의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137개국가 중에 57위이고,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급이라 한다. 높은 국민소득 등 외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승자독식 사회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승자독식 현상은 늘 대박만을 꿈꾸는 경제 의식, 평생의 꼬리표가 되는 대학 서열주의, 1등만을 추종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정치 분야의 승자독식 구조는 심각한 사회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2021년 행정연구원에서 권력의 공유와 분산 정도를 나타내는 정치적 포용성 조사 결과 OECD 36개국 중 32위 정도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집행뿐 아니라 입법 기획을 주도하는 행정부 우위의 체제에다 근본적으로 국가권력의 승자독식 구조를 갖는 대통령중심제가 결합하면서 여·야는 연합과 협치보다는 대립과 배제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5년 단임의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가세해 진영에 기반한 사생 결단식의 적대적 정치는 국민을 늘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울의 봄’ 이후로 돌아가 보면 전두환의 임기 말인 1987년 대통령 간선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호헌조치에 반발한 소위 넥타이 부대들의 민주화 열망이 분출한 결과로 ‘6.29선언’이 발표됐고, 결국 임기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제6공화국 헌법이 성립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소위 87 체재가 약 40년간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이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는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해 장기집권을 통한 독재의 가능성을 봉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87년 당시 국민의 열망에는 부합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 민주주의가 만개해 감히 어느 세력도 무력에 의한 장기집권을 꿈꿀 수 없는 지금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짧은 단임의 임기로는 장기적인 사안에 대한 영속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 널뛰기를 면치 못하고, 임기 3년만 넘어서면 차기 집권을 위한 소모적인 정쟁과 포퓰리즘, 줄서기가 난무하는 현실이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회의 탄핵권, 기계적 다수의 날치기 입법, 이에 대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등의 행사는 헌법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상한 상황에서만 행사돼야 하는 것으로 이의 일상화는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이도 결국은 대선에 승복하기 힘든 야당의 대선 연장전 호소와 야당을 싸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여당의 대선 관성에 기인함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적 불안정은 그 자체로 국민의 불안을 초래하는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위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고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이에 모두 공감하였으나, 막상 문 대통령이 집권하자 유야무야 됐다. 총선이 있는 새해에는 예비 선량들이 정치적 포용성을 넓힐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정치 개혁 공약으로 삼고 실천해,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더 이상의 다모토리 정치가 막을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신면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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