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찾은 태화강 철새공원 일원. 대나무가 빽빽이 자란 가운데 일부 고사한 대나무들이 누렇게 쓰러져 있다.
그 위로 백로 등이 둥지를 짓기 위한 재료들을 물고 날아다닌다. 태화강 산책로에 인접한 백로 번식지에 다가가자 수많은 새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한 번에 서식지임을 알 수 있다.
가까이에서는 바람 방향에 따라 양계장 냄새를 증폭시킨 듯한 악취가 풍겨온다. 악취를 맡자마자 곧바로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다.
주민 A씨는 “악취가 극심하다. 한번 맡으면 잊을 수 없는 냄새다”며 “산책과 라이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것이지, 웬만하면 이곳으로 지나가고 싶지 않다. 대나무 등을 솎아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울산시는 악취 제거를 위해 매년 EM 발효제라는 악취 제거제를 뿌리고 있다. 하지만 산란 등 번식 철에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백로 번식 과정에서의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또 번식을 끝낸 백로가 떠나면 떼까마귀가 월동을 위해 오는 등 서식지 정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생태관광도시 울산’ 이미지를 위해 사람과 백로과 공존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김성수 조류 전문가 겸 철새홍보관 초대 관장은 “울산에 조류 전문가가 없다. 과거에 비해 백로 숫자가 감소했지만, 현상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며 “생태도시를 표방하지만, 생물들과 공존할 수 있는 플랜이 전무하고 보여주기식 행정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생태를 이용한 관광 개발만이 아니라 실태 조사 등 생물과 공존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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