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울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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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울산이미지
  • 경상일보
  • 승인 2024.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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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기회가 되어 서울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했다.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삼성역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도 봤다. 무더위에 시원한 실내공간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상당수가 외국관광객이었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한쪽은 조선시대의 수백 년 된 한옥마을이고, 또 다른 한곳은 10여년도 안된 지하철역 종합쇼핑몰 상가의 일부분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최고의 관광지가 된 것이다.

개학이 되어 토론수업인 캡스톤 프로젝트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세계적 도시인 파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Image)는? 학생들은 에펠탑과 패션이라고 한다. 뉴욕하면 떠오는 것은 역시 세계 최대의 메트로폴리탄답게 월스트리트, 센트럴공원과 타임스케어, 자유여신상, 엠파이어빌딩과 더원타워 등의 답변이 나왔다. LA하면 떠오른 것은 영화와 헐리우드, 유니버설스튜티오 등이, 그리고 로마하면 고대 유적지과 콜로세움 등의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울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고 물어보았다. 역시 공대생들답게 자동차, 조선이 우선이었고, 고래, 태화강 십리대숲(국가정원) 등의 대답이 나왔다. 첨단 자동차 소재부품을 연구하는 공대 교수다보니 자동차가 1순위로 올라오는 것이 기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토론 중에 한 학생이 “파리하면 에펠탑과 패션쇼, 뉴욕하면 엠파이어, 자유여신상 등 도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장소들과 이벤트가 있는데, 울산은 대표 이미지인 자동차산업을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했다. 사실 우리 학생들은 2~3년에 한 번씩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견학을 가기는 하지만, 일반 시민, 어린이, 가족들이나 외국인들이 정말 쉽게 구경하고 재미있는 게 구경할 수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나 이것과 관련한 어떠한 상시 이벤트는 울산에는 없다. 현대차·기아 자동차가 세계 3위의 최고 회사가 되었고, 그 모태가 울산이지만 이런 위상에 맞는 울산에서의 자동차 관련 관광지나 이벤트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국가적으로도 없다.

다시, 북촌마을을 보면, 이곳은 그냥 양반들이 살던 곳인데 그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현시점에서는 더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처음부터 몇 백년을 내다보고 관광지로 만들려고 조성된 곳은 아니다. 반면에 별마당 도서관은 대형 쇼핑센터를 민간업체가 새로 단장하면서 멋있는 풍광의 무료도서관과 공연, 다양한 먹거리와 최신 카페를 연계해 단기간이지만, 계획적으로 잘 조성돼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 K-팝, K-드라마, MZ세대들과 인스타, 티톡, 카톡 등 SNS시대 흐름에 시의적절한 컨셉이 잘 맞춰지면서 소위 말하는 핫플이 된 것이다.

우리 울산이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국가경제개발 시기인 1960년대 말이니 역사가 약 60년 된 신생도시다. 물론 몇 천년된 반구대암각화, 영남알프스, 태화강, 대왕암 등 자연문화가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생각하는 울산이미지는 ‘자동차’임을 현시점에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타지에 있는, 울산을 한 번도 안온 사람들도 울산하면 그 무엇보다도 ‘자동차’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당연히 ‘자동차’가 울산의 정체성 면에서 역사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지역의 역사성이 있는 전통 이미지를 만들려면   ①오랜 역사성과 지속성 ②지역의 독창성 ③지역 시민들과의 호응 그리고 이를 ④적극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지역은 어떠한가? 울산의 수백년, 수천년 후를 바라보면서 울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위해 다들 노력하는가? 울산다움을 내세울 수 있는 ‘자동차’라는 것에 대한 우리 시의 대응과 지역사회의 대응은 적절한가? 새로운 울산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만든다고 하면 그것이 제대로 될까? 몇 년 전 울산산업박물관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것도 다양한 내외부의 상황 변화로 유야무야됐다. 수없이 바뀌는 시정정책에 지금 울산의 이미지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인 듯하다. 핵심은 SNS가 일상화돼 있는 현시대에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고, 자주 오는 울산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별마당 도서관처럼 관련 민·관·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시대적 컨셉에 맞은 국가적으로도 제대로 된, ‘자동차’와 연계된 종합대형박물관을 만들어 이를 역사성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핫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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