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계엄 정국이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마무리됐다. 되풀이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상을 이어가는 우리 국민들이 가련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국민들은 또 다시 뜻하지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됐다. 각 정파는 저마다 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모두 선거에서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확실하게 지는 방법도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우선 국민의힘이 확실히 패배하는 방법은, ‘윤심’을 계속 들먹이는 것이다. 계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평가는 명백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도층의 여론은 더욱 부정적이다. 탄핵 인용에 대한 찬성 여론도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대보려는 얄팍한 술수로 ‘윤심’을 거론하는 후보들이 있다. 정당 차원에서도 단호하게 ‘윤심’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럴수록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중도층은 더 멀리 떠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후보 선출 과정에서 ‘친윤·반윤’ 또는 ‘찬탄·반탄’으로 갈라져 싸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지했던 국민을 배신한 것은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배신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국민들의 여론이나 상식과는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상대는 절대 1강으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들이, 상식적인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사안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열을 거듭한다면,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지지도 사라질 것이 뻔하다.
부정선거를 계속 주장하는 것도 패배로 가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 다음 선거에서는 이기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상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과오는 인정하지 않고 남만 탓하는 전형적인 ‘바보’ 정당의 모습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자기 혁신과 개혁을 도모하지 못하니 계속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민주당도 선거에서 지려고 작정하면 여러 방법이 있다. 지금은 대통령 탄핵 여파가 진하게 남아 있어 유력 후보가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으나, 유난히 역동적인 대한민국 선거에서 패배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하다. 우선 ‘마구잡이 입법’을 계속한다.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의회 권력을 활용해 자신들의 의도만 반영된 무리한 입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고려할 필요 없이, 당 대표를 보호하거나 정파적 이해만을 반영한 법만 만들면 된다. 헌법정신을 무시하거나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의 지지층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주저 없이 시도하면 그만이다. 탄핵을 계속 활용해 힘을 과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다시 탄핵하고, 필요하면 마음에 안 드는 국무위원들도 줄줄이 탄핵하면 확실히 선거패배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행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가지도자로서 무게감과 신중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만하거나 독선적인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선거에서 패배하는 괜찮은 방법이다. 국민들은 권위적으로 보이는 지도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원에 출두할 때도 수십 명의 의원들을 호위무사로 동행시키는 것도 괜찮다. 여기에 자주 말을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때로는 기업을 만나 시장과 성장을 강조하다가, 노조를 만나면 분배와 복지를 강조한다. 국민들이 이를 지적하면, 농담이었다거나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당연히 유권자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선거에서 지려고 나오는 후보들은 없다. 모두 승리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선거과정을 지켜보면 너무도 명백한 패배의 길로 들어가는 후보들이 많다. 대부분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승리하는 방법보다 패배로 가는 길을 먼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