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구청 주차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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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남구청 주차난의 불편한 진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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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주차가능대수 ‘­00대’” 얼마 전까지 남구청에 들어서면 부설주차장 입구에 표시되던 믿을 수 없는 숫자에 헛웃음을 짓 곤 했다.

남구청 주차장은 정말 말그대로 ‘만성 주차난’을 앓아왔다. 매일 오전이고 오후이고 주차공간을 찾기 위한 민원인들의 빙빙 돌기와 이중주차는 일상이었다.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잠깐 이중주차를 한 차량들부터 화단, 임산부 주차구역 등 곳곳에 차가 들어서며 교행조차 되지 않는 모습이 남구청에서는 흔한 풍경이었다. 수시로 차량 클락션이 울리고, 심지어 차량 파손까지 발생하며 민원인간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남구청 부설주차장은 모두 211면이다. 이 가운데 장애인, 임산부 등 주차면수를 제외하면 181면에 주차가 가능하다. 다른 구청 부설주차장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면수지만 그럼에도 ‘주차 전쟁’에 시달렸다. 이에 “인근에 들어선 많은 병원들, 상가들 때문이다. 도심지에 위치한 특성상 외부 주차가 많다”며 구조적 문제를 외부에 돌려왔다. 그러던 남구청 부설주차장이 최근 들어 이상할 정도로 한산해졌다. 월요일이고 점심시간이고 주차가능대수가 ‘-대’로 내려가질 않는다. 매일 40~60대 가량의 주차면수가 남고 주차장도 텅텅 비어 있는 것이다.

남구청에 민원업무를 보러 오는 주민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매번 남구청에 주차하려면 20분 대기는 각오하고 들어가는데, 최근에는 가로주차를 해도 될 만큼 텅 빈 주차장이 기쁘면서도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구청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민원인들 주차 공간이 없으니 직원 차량 주차를 최대한 자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외부 탓’만 해왔던 지난 수년 동안 정작 내부의 불편한 진실은 조명되지 않았다. 출근시간에 구청 앞을 지나며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량을 보며 “바쁘게 민원을 보러 온 시민이 저토록 많았나” 싶었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차량이 구청 직원들의 차였다. 이러한 사실은 구청장이 직원들에게 주차장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재산계에서 전수조사를 시작하자 그제서야 드러났다.

문제는 그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수년간 이어진 민원인들의 불편에 대해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구청 직원들도 민원처리 등 업무상 차량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남구청 부설주차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직원들의 상시 주차가 시민 접근권을 침해해온 건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남구청 주차전쟁’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오랜 시간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던 게,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허탈함과 함께 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점이다.

정혜윤 사회문화부 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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