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지 30년이 되는 해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의 정착은 울산 남구에서도 그 결실을 맺고 있다.
1997년 울산광역시 출범 이후 남구는 자치구로 승격되었고, 임명직이었던 구청장 제도에서 벗어나 구민이 직접 선출하는 민선 구청장 체제로 전환되었다. 자치구는 이제 입법과 조직, 예산 편성 권한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울산공단 조성 이후 남구는 공업도시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중구 중심의 상권이 점차 남구로 이동하면서 신정과 삼산지역이 활발히 개발되었고, 최근에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조성, 삼산배수장 체육공원화, 삼호동 철새마을의 그린빌리지 조성 등을 통해 환경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남구의회에서는 수많은 조례와 규정이 의원들의 발의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고, 주민들은 주민자치협의회를 중심으로 동 자치센터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또한, 127개에 달하는 민간단체들이 문화 행사와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며, 각 동별로 자발적인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자치 활동의 확산은 동과 자치센터에 소요되는 예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주민들의 기대와 자치 효과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구의 상주 인구 감소와 지속적인 경기 침체는 지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로부터의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어 울산에는 형식적인 지방경찰위원회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인사권이나 수사권은 없다. 노동과 교육, 복지 관련 주요 기관들도 아직 중앙정부 산하에 머물고 있다. 또한 지자체의 조례 제정 역시 상위 법령과 지침에 묶여 재량권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은 지자체 조례에 법령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거나, 중앙정부 법령의 내용을 간략화해 지자체의 입법 자율성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인구 30만이 넘는 남구는 다양한 행정 수요에 직면해 있지만, 지방세 수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공원 조성과 도서관 확충, 복지 및 청소년 시설 확대 등을 위한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주민을 위해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매년 실행이 어려운 구조다. 국비와 시비 보조금이나 교부금도 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 있어 과감한 정책 실행이 쉽지 않다.
남구의 지방자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중앙정부의 분권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 자치경찰제와 지방노동·교육사무의 이양, 핵심 기관의 지방 이전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그리고, 인력과 재정의 병행 이양을 통해 지방의 자율성과 실행력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남구 자체의 행정·재정 조직 개편과 인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남구가 울산시 및 영남권과 연계한 광역 블록 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직 정비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유치한 정원박람회는 시와 구가 공동으로 추진해 낸 고무적인 사례로, 향후 삼산 쓰레기 매립장 같은 혐오시설의 친환경 전환에도 협력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 주민 의식 개선과 참여 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소득 수준과 생활 여건은 향상되었지만,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아직 부족하다. 기존 민간단체는 고령화와 함께 신규 회원 영입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참여의 외연이 점점 줄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부 문화 조성과 자원봉사 활성화, 시민의식 교육 확대 등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부터 고령층까지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세대 통합형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하다.
민관이 협력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자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며, 공직자의 의식 전환과 교육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김영균 울산 남구 주민자치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