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국내 자동차 산업, 특히 울산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부품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수입 자동차에 이어 이달부터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차 부품업계의 수출길을 사실상 가로막는 조치로, 부품 산업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경영난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울산은 미국발 관세폭탄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울산은 작년 기준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이 전체 대미 수출의 6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자동차 산업 중심지다. 현대차와 지역 내 900곳에 이르는 차 부품 생산업체들은 지역 경제와 고용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길이 좁아지면 지역 고용과 소비, 투자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울산의 대미 완성차 수출은 16.8%, 자동차 부품 수출은 22.4%나 각각 격감했다. 여기에 이달 시행된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수출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관세청 분석 결과, 5월 초 국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넘게 급감했다. 이같은 흐름은 울산의 자동차 수출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 관세 충격이 본격화될수록 지역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차 부품업계가 위기를 극복할 여력조차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 내연기관에서 미래차(전기차·수소차)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산업구조 재편의 중심에 서 있지만, 정작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과 인력, 자본 모두 부족한 탓이다. 특히 영세 부품업체의 경우 완성차 업계와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에 노출돼 있다.
이번 미국발 관세전쟁은 단순한 통상 이슈가 아니다. 미래차로의 전환에 실패한 산업 구조에 대한 경고이자, 늦은 대응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위기를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자동차 부품산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차 전환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긴급 경영자금 지원 등 단기 지원을 넘어, 기술개발 역량 강화, 전문 인력 양성,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체계 확대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눈앞의 불을 끄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차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진짜 해법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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