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연재소설]고란살(11)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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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연재소설]고란살(11)글 : 김태환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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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그러시는 거예요? 많이 아파요?”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모르는 남이지만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를 해준다는 것이 이렇게 따듯한 것인 줄은 몰랐다. 간호사의 손을 잡고 더 서럽게 울었다.

“자자. 그만 울어요. 너무 울면 상처에 좋지 않아요. 뚝 하고 그치세요.”

간호사는 내가 울음을 그친 뒤 병실을 나가 진통제 주사를 들고 왔다. 그 모습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통제 주사를 맞자 가슴의 통증이 금방 가라앉았다.

“눈물은 정신건강에는 좋지만, 몸의 상처에는 아주 해롭답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보세요. 통증이 또 오거든 저를 부르시고요.”

간호사는 내 손을 꼭 잡아주고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친정엄마가 찾아왔다. 손에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에 스님이 따라 들어왔다. 나도 안면이 있는 동축사 묵암스님이었다.

친정엄마가 꽃바구니를 머리맡에 올려놓는 사이 묵암스님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스님의 얼굴에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온화한 미소가 피어있었다.

“아이고, 젊은 보살님이 고생하시네요. 그런데 얼굴이 활짝 피었네요. 이제는 그 못된 살이 다 떠나갔어요.”

“정말입니까? 스님. 고란살이 다 없어졌단 말이지요?”

친정엄마가 반색하며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우리 보살님 공덕에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주셨군요. 허, 대단한 일입니다. 이제 업장 소멸이 다 되었습니다. 거기다 승진까지 하셨으니 이제부턴 훨훨 날아다닐 일만 남았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이 합장하자 엄마도 스님을 따라 합장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냥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업장 소멸이 다 되었다고는 하나 당장 남편과의 일이 걱정이었다. 서랍 속에 넣어 둔 이혼합의서를 꺼냈다. 남편이 방금 전에 건네주고 간 것이었다. 내용도 읽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서랍에 넣어 두었었다.

묵암스님은 이혼합의서를 천천히 읽어보더니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 염려할 게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이제 공은 남편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남편분을 만나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의 얼굴이 예전 같지 않더군요. 화가 가득 차 있어 살이 뻗치고 있었어요. 그대로 내려놓지 못하면 주위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알아듣도록 이야기했으니 본인도 성찰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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