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0)하루는-한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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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0)하루는-한분옥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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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단한 일상

새벽은 첫차를 타고 플랫폼에 닿아있고
하루치 삶의 무게 이고 메는 억센 손들
발 빠른 조바심들이 개찰구를 통과 한다. -시집 <꽃의 약속>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눈만 뜨면 삶은 현장이다.
바람 불고 지구는 돈다. 진정 혼자 외딴곳에 가서 쉰다고 해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 고요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돌리는 쳇바퀴 를 돌리며 헐떡거리며 함께 긴 마라톤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축복 속에 태어나든 반기지도 않는 출생이든 간에 이왕 태어났으니 살아보는 것이다. 아무렴 천하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해도 인간 한평생은 자신만이 가꾸기 나름이요, 행복의 충족 요건도 다 다르니 말이다. 천하에 전망 좋은 초호화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행복할까. 작은 연립주택에서 화분에 꽃 몇 송이 물주며 살아도 만족한데 그 행복을 누가 말리겠는가. 전 국민이 비만 탈출에 뛰고 있는데 한 두 가지 찬을 놓고 밥 먹어도 입맛이 달아 꿀맛이면 그만이지, 나날이 진수성찬이 뭐에 그리 필요한가. 수돗물 콸콸 나오고 방바닥 따끈하면 그야말로 등 따습고 배부른 삶이 아니겠는가.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은 나날이다. 어김없이 유월이면 뒷산에 뻐꾸기가 울고 나날이 참새도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귄다. 공짜 없는 세상에 이 모두 무상이다.

문학은 열망의 카타르시스를 동반해 필자와 독자가 동시에 울며 웃기를 희망한다. 희망적이어서 좋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슬픔의 가장 밑바닥을 훑어 진정을 건드리는 작품에 방점을 두기도 한다.

문학은 보다나은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동시에 염원하는 형이상학의 가장 높은 단계에 존재한다.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근원을 은유와 비유로 감정과 정서에 호소하는 시적 구조에 의한 필자의 자기표현이며 독자에 대한 호소이다.

전국 어딜가나 꽃 축제다. 들길을 걸으면 걸음마다 꽃이요. 이름 없다고 꽃 아닌 게 아니다. 작은 풀꽃이 향기롭다. 단지 마음의 고요를 못 찾아 작은 꽃 한 송이에도 오래 눈 마추지 않으니까 행복도 자연히 성글 수 밖에 없다. 들꽃도 꽃이요 풀꽃도 꽃이다. 오늘도 일상을 “발 빠른 조바심들이 개찰구를 통과 한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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