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다가온 님비현상]편익은 사회가 피해는 주민이 ‘구조적 불균형’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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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다가온 님비현상]편익은 사회가 피해는 주민이 ‘구조적 불균형’ 원인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5.06.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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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내 공공시설 설치를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공공성’이라는 사회 전체의 이익과 ‘주민 불편’이라는 개인의 권리가 충돌하면서, 도시 곳곳에서 님비(NIMBY) 현상이 표면화되고 있다. 특히 도시화와 인구 밀도로 인해 생활권이 좁아지고, 환경권·재산권 등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묵인됐던 사안들이 이제는 집단적 반발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구조적 불균형에 님비 반복

님비현상이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편익은 사회 전체가 누리되, 피해는 특정 주민에게 집중된다’는 구조적 불균형이다. 공공시설 설치로 인한 혜택은 다수에게 돌아가지만, 직접적인 소음·환경·교통 등의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시설을 비용 부담 없이 누리려 하면서도 피해를 감내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외면된다.

울주군 범서읍 꿈마루어린이공원 물놀이장과 울주파크골프장 사례(본보 6월12일자 5면)에서도 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울주군민, 더 나아가 울산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임에도, 소음·교통·환경 등 생활환경의 불편은 인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서정인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제는 학교조차 님비시설로 간주된다”며 “학교가 생기면 주변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건축 규제와 체육활동 소음 민원이 동반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개인의 생활환경에 침해가 생길 때 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이기주의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로도 볼 수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절차·예산집행 등 개선 필요

전통적으로 비선호 시설을 둘러싼 갈등 해소 방식은 ‘보상’이었다. 피해 예상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주변 인프라를 개선해 수용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도심 주거지역이나 상업 밀집지역에서는 이 같은 당근책을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용도 활용’과 ‘공유의 가치’를 강조한다.

도수관 울산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울산처럼 주차 문제가 심각한 지역은 공공시설을 지을 때 지하 주차장을 함께 조성하고, 지상 공간은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아이스링크 등 계절별로 전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시기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보다, 전 시민이 연중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지속 가능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해결 방향은 행정 절차와 예산 집행 시스템의 개선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주민 요구를 반영해 공공시설을 기획하다 보니,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사업이 알려지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소송이나 반대 집회로 이어진다.

서정인 교수는 “지금은 예산이 부족해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구조다. 이제는 정반대로 가야 한다. 세밀한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뒤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님비현상은 주민이 만드는 게 아니라, 준비 없는 행정이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먼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공공성’과 ‘사적 권리’의 충돌이다. 그러나 둘은 반드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공공시설이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사적 권리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배려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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