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는 6월30일부터 지선환(사진) 소설가의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을 연재한다. 2015년 출간된 이 소설은 임진왜란 때 연이은 선조의 배신이 낳은 참담한 비극 등 당시의 시대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역사소설이다.
특히 소설은 무룡산과 기박산성, 관문성, 태화강, 병영성, 가지산 등 임란 당시 전투가 벌어진 울산의 곳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 지선환 작가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무룡산을 여러 번 오르기도 했다.
1594년 9월10일(음력),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어언 1년 반이 지났다. 왜란 초기에 조선군은 조총이라는 신무기와 야전에서 단련된 왜의 대군을 맞이하여 무기력하게 궤멸수준의 패배를 하였고, 임금은 궁궐과 백성을 버리고 야밤에 도주하여 북쪽으로 피란하였다. 평양성에 잠시 머물던 임금은 왜군이 임진강을 건너자 백성들에게 다시는 성을 버리고 떠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스스로 뒤집으며, 어가를 타고 평양성을 빠져나가 의주로 도주하였다. 이에 성난 백성들은 의주로 향하는 임금의 어가에 돌을 던지며 침을 뱉었다. 왜군의 제일대인 고니시가 평양성마저 점령하자 임금은 궁녀와 신하 등 백여 명을 데리고 명의 요동에서 제후 행세나 하면서 살겠다고 명나라에 망명을 요청하였으나, 명나라 조정에서 거절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후에 조정에서 파병을 요청하는 사신을 보냈고, 명나라는 병력파견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여송이 이끄는 명나라 원군은 백성들을 버리고 명나라로 망명을 하려고 한 조선왕을 도울 생각이 없어서 압록강을 건너지 않자 조정에서 이여송의 군영으로 차전로, 한석봉, 이항복, 류성룡 등을 보내어 설득했다.

시인 차전로는 매일 술을 마시며 즉흥시를 읊었고, 그 옆에서 한석봉은 명나라까지 이름이 나 있던 석봉체로 시를 받아 적어서 이여송에게 바쳤다. 이여송이 트집을 잡으려고 갑자기 최고품질의 젓가락인 ‘소상반죽’을 요구하자, 류성룡은 그의 형이 미리 준비해 준 소상반죽을 이여송에게 건넸고, 마지막으로 이항복이 뛰어난 말솜씨로 이여송을 설득하자 그가 조선에도 인재가 있음을 알고 군대를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서 조선으로 들어왔다. 명의 원군을 이끄는 이여송은 조선에 들어와서도 조선의 국왕을 의도적으로 깔아뭉개고 무시하는 언동을 하였다.
남쪽에서는 이순신이 해상패권을 장악하여 왜군의 서해를 통한 물자조달을 막았고, 의병장들이 조선을 지키고자 일어나서 도처에서 왜군들에게 승리를 거두자 왜군들은 마침내 후퇴하여 남해 방면의 바닷가에 왜성을 축조하고 장기 주둔하는 한편 강화협상을 시작하였다. 진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지루하게 계속되었고, 조선의 백성들은 전쟁의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보다 더한 공포가 백성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굶주림이었다. 임진란 이후에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굶어죽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았으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조선왕조가 받아야 할 저주를 백성들이 대신 받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