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을 찾았다.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보름 남짓 지난 후였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을 위한 방문이었지만, 출범식 행사보다 더 눈에 띈 부분은 김두겸 울산시장과의 대화였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유머와 넉살을 섞어가며, 대통령에게 왜 울산이 제조 AI의 최적지인지를 설명하고, 수중데이터센터 추진 계획,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홍보와 예산지원 요청 등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울산시의 핵심현안을 기분 좋게 설명했다. 대통령 역시 큰 웃음으로 화답한 이 대화의 모습은 유튜브 등으로 확산되며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마치 두 사람이 같은 당 소속인 줄 알았다” “지자체장이라면 지역 현안을 위해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이렇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등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긍정적인 댓글로 가득한 모습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짧은 두 리더의 대화는 반목과 대립의 시대, 편가르기와 차별이 당연시되고 있는 시대를 잔잔한 물인 것처럼 인지하며 살고 있던 우리에게 큰 파장을 남겼다.
우리는 지금 큰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변화와 혁신이 너무 크고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니 ‘대변혁의 시대’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변혁의 시대에 어떤 리더십이 발휘되고 국가와 국민이 어떤 선택과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그 국가는 세계적 강국으로 자리잡기도 하고 국가 소멸에 처하기도 했다. 대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필자는 단연 ‘공생의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공생’(共生)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는 의미이다. 이는 ‘포퓰리즘’과는 다르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퍼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잘 살기 위해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생의 리더십’에서 반드시 필요한 첫번째 요소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변혁의 시대에는 이에 맞는 새로운 산업이 필요하다. 울산은 국내 최고의 제조업 기반을 갖춘 도시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기반으로 한 AI 데이터 센터, 석유화학을 활용한 친환경 수소에너지가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많은 장단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자원도 민간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틀만 유지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인만큼 계속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키워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와주어야 한다. 이들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과 일자리를, 도시의 미래를 만들 것이다.
‘협력과 나눔’ 역시 중요하다. 대변혁의 시대에 경쟁은 ‘건강한 경쟁’이 되어야 한다. 작은 링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경쟁이 아니라, 보이지도 않는 큰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필요하다. 최고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민관학이, 노와 사가 협력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 사이에도 서로를 폄훼하고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공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협력해야 한다. 나눔 역시 중요하다. 절대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기에 성공을 위해 도와준 사람들과 수익을 나누는 것은 물론 변화에서 뒤처진 사람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베푸는 것 역시 대변혁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이다.
공생의 리더십에서 필요한 마지막 요소는 ‘여유와 웃음’이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전까지 함께 협력했던 사람들 간에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남보다 못한 사이로 남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너무도 큰 사회적 낭비이다. 함께 세계와 싸워야 할 노와 사가 내부에서 싸우느라 세계적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 사회적 부를 창출해야 할 기업인들이 상호 간 소송으로 기업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느라 국민을 보지 못하는 일 모두 사회적 손해이다. 이러한 손해가 쌓일수록 우리는 대변혁의 시대에 뒤처지는 결과를 갖게 된다. 보통 이런 일들은 매우 사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다. 서로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내가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찡그리기 전에 상대방에게 웃음을 먼저 보여주는 작은 마음가짐과 행동이 나비효과가 되어 대변혁시대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불확실의 시대이다. ‘공생의 리더십’으로 함께 이겨내자.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