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산업을 넘어 이야기를 가진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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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 산업을 넘어 이야기를 가진 도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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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울산의 문화유산이 지역 일부만 알던 자원에서,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공동의 자산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단일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원과 지역을 보면, 전통적 관광도시인 경주(석굴암·불국사), 제주(화산섬·용암동굴), 그리고 오랜 기간 수도(首都) 기능을 이어온 글로벌 도시 서울(종묘, 창덕궁, 조선왕릉) 등이다.

이들 도시는 세계유산으로 지정 이전부터 이미 문화관광 및 거점 도시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해 온 곳들이다. 반면, 울산은 6000년에 걸친 선사시대 생활상과 한반도 동남부 연안지역 사람들의 발전된 문화, 예술성이 담긴 뛰어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에 가려 오랫동안 그 가치를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현대산업으로 도약한 울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 등재된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울산 도시브랜드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며, 울산이 인류 보편의 문화유산을 품은 도시로 새로운 위상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특별한 체험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는 자연스레 관광객이 모이기 마련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울산을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변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울산시는 연계정책으로 전시관, 교통망, 테마공원, 탐방로 등 기반시설 확충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그치지 않고, 도시이미지 전환과 도시브랜드 전략 수립에 이르는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문화도시로서의 자긍심을 바탕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유산 기반 문화관광 서비스 체계 확충, 관련 인적자원의 육성 및 유입, 그리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환대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다. 울산은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해온 만큼, 시민들 사이에서도 ‘산업도시’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 유산을 연구하고 보전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시민의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가치 인식과 자긍심의 고취가 가장 선행되어야 하며, 울산 시민은 이제 세계유산을 가진 도시의 주인으로서 그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

둘째, 문화유산 자원이 문화관광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관광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관광시스템은 관광상품, 서비스체계, 안내·홍보 체계, 연계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와 아이템의 개발 등 다각적인 전략을 포괄해야 한다.

셋째, 외부인에 대한 수용성으로 표현되는 관광객이 환대받는 도시, 친화적인 도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외부 관광객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위하여 관광객과 대면할 수 있는 모든 접점에서 접근 장벽을 낮추고, 편의성·소통력·친근함이 어우러진 관광객 친화적 환대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현재 울산은 관광편의시설의 조성에는 많은 투자와 성과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는 다소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하므로 이를 위한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관련 전문가 인적자원을 육성하여야 한다. 반구천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암각화 자원 및 선사시대 시대상에 대한 연구와 활용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 연구, 교육, 전시, 관련 학술행사 개최, 문화컨텐츠 개발, 관광사업화, 문화관광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고등교육기관 및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유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문화유산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도시로서 울산의 정체성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반구천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시점에 인접도시 부산은 202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유치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는 부산이 오랜시간 문화관광정책과 글로벌 도시브랜드 사업을 함께 추진해온 성과이며 국제회의 개최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네트워크, 운영시스템, 전문인력, 그리고 시민의 관광수용성과 개방적 도시분위기를 모두 갖춘 결과이다. 도시의 성숙이 단지 제조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가 뿌리내려 세계적인 품격을 갖추고 ‘만드는 도시’에서 ‘이야기를 가진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 울산의 내일이 세계 속 문화도시로 빛나길 바란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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