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울산 자동차업계는 “급한 불을 껐다”며 안도했고, 지역 조선업계는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출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31일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소식에 지역 자동차업계는 반색했다.
지난 4월부터 미국 수출 자동차에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익성이 대폭 떨어지고, 업황 불확실성이 지속됐는데, 이를 해소할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인식에서다.
지역 자동차 협력사 관계자는 “관세 25%가 지속됐다면 북미 판매 급감으로 지역 자동차 협력사들도 줄줄이 타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 내 재고가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그나마 15% 선에서 협상이 타결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생산기지인 현대차 울산공장도 이번 관세 인하로 여름휴가가 끝나는 다음주부터 생산 현장이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15% 관세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내 투자를 늘리면,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에서 자유롭겠지만, 정작 울산지역 경제 근간을 이루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울산의 자동차 협력사는 “25% 관세를 면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15%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며 “지금도 미국 내 생산이 늘면서 울산공장 전기차 라인을 돌렸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관세가 전보다 높아지면 생산량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이는 협력사에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50억1800만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273억6700만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 울산 전체 수출액(881억2100만달러)에서도 17%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한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하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고, 품질·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 조선업계는 한국이 미국 내 조선업 협력 관련해 1500억달러(약 208조원)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긍정 영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뚜렷한 투자 금액이 나온 만큼 신규 수주와 선박 건조, 함정 등의 MRO(유지·보수·정비), 기자재 등 조선업 전반에서 호재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다만 1500억달러의 자금 조달과 세부 집행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후속 절차가 필요하고, 미국 법상 외국에서 함정이나 군함 등을 수출할 수 없어 이는 과제로 남았다.
울산의 한 중소 조선업체는 “이번 협정을 계기로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과 공급망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증가로 관련 기자재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한미 조선협력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미국 조선업 부흥을 돕고 우리 조선업에도 새로운 기회와 성장 계기를 마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관련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울산 상공계도 환영의 입장을 냈다. 울산상의는 “울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관세가 15%로 확정돼 예측 가능한 교역 환경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다”며 “지역 자동차 산업의 수출 경쟁력 유지와 글로벌 시장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며 “울산은 세계적인 조선 산업 중심지로, 이번 협력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공동 개발과 친환경 기술 교류 등 새로운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면서 대미 상호관세는 15%로 하향조정된다. 조선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1500억달러와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 지원을 위한 2000억달러의 금융 패키지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약 487조원)의 대미투자 등을 조건으로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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