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중년의 경험과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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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중년의 경험과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 경상일보
  • 승인 202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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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과 교수

울산 남구 테크노산단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에서는 환경보호협의회 소속 신중년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학습병행 실감형 콘텐츠 시연회를 실시했다. 산업안전 실감형 콘텐츠 시연회는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원에 구축되어 있는 확장현실(XR) 기반 산업안전체험 교육 프로그램이다.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훈련국의 재원으로 구축된 가상현실을 활용한 산업안전체험 콘텐츠는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서, 실제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위험 상황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대처법을 익힐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어린이부터 학생, 청장년, 신중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접근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주로 어린이와 학생들, 기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대상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중년, 즉 신중년 세대들이었다. 이해도와 집중도 측면에서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단순한 기술 체험을 넘어,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뜻깊은 경험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학생들보다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가상현실에서 소화기 작동과 밸브 및 스위치 조작 등을 서로 해보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신중년 세대가 단순히 체험자가 아니라, 배움의 주체로서 얼마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새롭게 확인했다. 신중년은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이들의 사회적 역할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현실적인 문제 해결자이자 창의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분야의 혁신적 해결사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 분야에서의 경험은 다른 분야의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신중년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며, 세대 간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년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사회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신중년 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일과 학습의 연계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평생교육이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생산적인 사회참여와 연결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정책적 인식과 체계적인 로드맵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신중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재취업, 창업, 사회공헌 등 다양한 진로 경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단기성과나 교양 중심의 강좌에 편중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역량 강화보다는 운영의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구조 속에서, 신중년의 사회진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책 실행 주체 간의 협력 체계도 미비하여, 사회적 인식 및 기업의 필요를 반영한 일과 학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크다.

노동시장과의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하다. 신중년은 건강하고 교육 수준도 높으며, 계속 일하고 싶어 하지만, 나이와 경력에 따른 차별, 경직된 임금체계 등으로 인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특히 고경력·고학력 신중년이 오히려 재취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노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이중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개인적 삶의 무게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나 교육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중년의 경험과 역량이 사회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일과 연계된 교육, 다양한 진로 설계 지원,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사회, 정부, 나아가 국민 모두가 누구나 언젠가는 도달하는 신중년이라는 이름표가 단지 ‘퇴직 이후의 세대’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세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경험과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병준 한국폴리텍대학 석유화학공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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